단둥 옷공장 다시 北 근로자로 북적… 거래는 위안화 현찰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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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한반도 북방경제
(4) 더 가까워진 북·중
북·중 접경 단둥 가보니
中, 대북제재 동참하지만
국경 밀무역까진 단속 못해
北경제 중국의존 더 심해져
황금평 개발에 맞춰 조성된
단둥 신취 신도시건설 재개
위화도 대규모 개발說도 솔솔
中무역상 하루 수백명씩 북한行
본격 무역재개 대비 현장 챙겨

1950년 6·25전쟁 당시 파괴된 압록강단교 옆에 있는 압록강철교가 낡고 노후해지자 중국은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했다. 단둥시가 압록강변을 따라 새로 조성한 신취(新區)라는 신도시와 북한 용천군을 바로 잇는 다리다. 2009년 황금평 북·중 합작개발계획에 따라 5년 만인 2014년 완공됐다. 하지만 신압록강대교 너머 북한 땅은 여전히 논밭이다. 북한이 개발을 거부한 탓이다. 이랬던 북·중이 ‘신(新)밀월’이라고 불릴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기대감 부푼 단둥 무역상들

무역상들도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북한산 수산물 전문 무역상인 조선족 김씨는 “해삼 사업을 해볼 요량”이라며 “평양에 알던 대상을 만나러 곧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단둥 세관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중국인 관광객 중 상당수는 기존 투자시설을 점검하려는 기업가라는 게 단둥 현지 얘기다.
관광 상품도 다양해졌다. 평양 관광은 2박3일 코스고, 묘향산과 금강산 관광까지 포함한 장거리 상품도 등장했다. 오전 10시10분 단둥역을 출발한 관광열차는 신의주에서 약 2시간 동안 세관 검사를 하고 북측 객차를 붙여 평양까지 가는데, 평양에 도착하면 오후 5시께다. 호텔에 가면 저녁나절이다. 2박3일이라고 해봐야 평양 관광은 하루 코스다. 그럼에도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北은 이미 위안화 영향권
최근 북·중 밀착은 꽤 복잡한 양상을 띤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북한 화교인 최모씨는 “북한에서 TV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지인이 있는데 구리 반입이 안 돼 장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단둥지역에 만연한 밀수 단속을 올 들어 대폭 강화했다. 강폭이 좁아 북한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후산장성 인근에선 민간 유람선 업체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다. 밀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금평 일대엔 올초까지만 해도 없었던 철책이 둘리고, 국경수비대가 엄중히 경계를 서고 있다.하지만 오랜 제재로 인한 고립 탓에 북한 경제는 중국의 ‘우산’ 속으로 빠르게 편입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한 조선족 무역상은 “달러는 보기 힘들어졌고 북한 쪽에선 부피가 작은 유로를 원하긴 하는데 2~3년 전부터 위안화가 유통량의 9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폐개혁 실패로 인민은행의 신용이 무너졌다”며 “런민비 현찰상자를 인편으로 주고받는 게 북한식 신용거래”라고 했다.
수면 아래에선 북·중 경제 교류가 재개되고 있다는 게 무역상들의 전언이다. 중국 선양에서 주방기구를 제조하는 라종수 선양한인회장은 “단둥 복장(의류)공장에 북한 여공 200명이 들어왔다”며 “일체 외부 출입을 삼가고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고 전했다. 신의주, 평양 인근에 있는 북·중 합작 기업도 가동 중이다. 한국에 유통되는 여성용 속눈썹 대부분은 중국산으로 둔갑한 북한산이라는 게 단둥 무역상들의 설명이다.
중국 기업으로선 현지인 대비 절반의 임금에 생산성도 높은 북한 근로자 고용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양·단둥=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