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관광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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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규제 탓 관광환경 활용 못해 경쟁력 추락일자리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8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증가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경쟁력을 자랑했던 제조업이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 추격에 쫓기고, 자동화 등으로 고용유발효과까지 떨어져 일자리 부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무인자동차, 바이오 등 지식집약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4차 산업기술만으로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확보해 주기는 어렵다.
산악열차·케이블카, 카지노 포함 리조트 허용
새로운 아이디어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잡아야
최종찬 <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前 건설교통부 장관 >
미래의 유망 먹거리산업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공해가 없고 고용유발효과도 다른 산업에 비해 크다. 소득탄력성도 높아 소득이 많아지면 여행 수요가 늘어난다. 한국은 주변에 중국(14억 명), 일본(1억3000만 명), 필리핀(1억 명), 베트남(9600만 명), 인도네시아(2억6000만 명), 태국(7000만 명), 말레이시아(3000만 명), 인도(12억8000만 명) 등 인구 대국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잠재력이 매우 크다. 인천공항에서 비행 세 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가 147개(2014년)나 있다. 중국인이 1년에 1000만 명씩 평생 한 번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도 전체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에는 140년이 걸린다. 2017년 중국인 입국자는 417만 명이었다. 인근 국가들은 빠른 속도로 1인당 소득이 늘고 있어 해마다 해외 관광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일부에서는 한국이 관광자원 면에서 중국 등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고 한다. 관광산업은 자연경관이나 역사적 유물 등 부존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고 새로운 관광 상품을 만드는 것은 노력하기 나름이다. 과거 일본 정부는 관광에 소홀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관광청을 설립하고 입국절차 간소화, 면세점 개선 등 각종 관광진흥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전에는 한국보다 외국인 입국자 수가 적었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2017년 한국의 입국자 수는 1333만 명이었는데 일본은 2900만 명을 헤아렸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땐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로 성공한 사례다.
싱가포르도 카지노 등 종합리조트 건설 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싱가포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동력이 떨어지자 관광산업 육성에 나섰다. 껌을 소지하지도 못하게 할 정도였던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 센토사섬과 마리나베이 두 곳에 카지노를 포함한 종합리조트 건설을 허용했다. 그 후 관광객이 급증해 2009년 968만 명에서 2012년 1450만 명으로 늘었다.
국내 관광 인프라는 내국인의 국내 소비 확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7년에도 전년에 비해 18% 늘어나 관광수지 적자는 138억달러로, 약 15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관광산업을 중점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선 관광산업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관광청을 신설해야 한다. 관광인프라 확충도 절실하다. 예컨대 설악산에 케이블카 또는 산악열차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스위스 융프라우나 중국 황산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없다면 외국인 관광객이 그곳까지 갈 리가 없을 것이다. 산지가 3분의 2인 한국은 수많은 도로를 산지에 놓는데 일자리를 창출하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의료관광도 활성화해야 한다. 한국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우리 주변 개도국의 부유층이 암 수술 등 병 치료를 위해 한국에 온다. 그동안 규제가 완화됐지만 아직도 많은 규제가 남아 있다. 2014년 기준 의료관광객이 태국은 260만 명, 싱가포르는 125만 명인데 한국은 34만 명(2016년)에 불과하다. 의료관광객은 다른 관광객에 비해 고용유발, 소비지출 면에서 효과가 훨씬 크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즐길거리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스페인의 사양 산업 도시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부활한 사례나 구리 제련산업과 함께 쇠락한 일본의 나오시마가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