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커지는 '닥터 둠'의 목소리, 상승에도 불안한 뉴욕 증시

월스트리트에서 ‘닥터 둠’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뉴욕 증시와 미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침체와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겁니다.미국 경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고, 누적된 재정 적자로 향후 위기는 수습할 수 없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핵심적 주장입니다.

원조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칼럼을 올려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 중국의 느슨한 재정 및 신용 정책, 유럽의 경기 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세계 경기가 확장세를 이어가겠지만, 2020년께부터는 금융 위기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는 무려 10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 성장률을 지탱하는 재정 정책이 지속될 수 없다 △미국 인플레가 목표치를 넘어 금리와 달러를 밀어올릴 것이다 △무역분쟁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야기할 것이다 △이탈리아 등의 탈퇴로 유로존을 흔들릴 수 있다 △미국 등 세계 증시에 버블이 생기고 있다 등입니다.루비니 교수는 이런 요인들이 ‘퍼펙트 스톰’을 만들 때 미국은 이를 해결할 정책도구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막대한 부채로 더이상 부양을 할 수 없고, 미 중앙은행(Fed)은 양적완화로 늘어난 대차대조표로 인해 개입 여력이 부족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140억달러를 굴리는 헤지펀드계의 거물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자매니지먼트 대표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강세장이 막판에 진입했으며, 자신은 상당수 주식을 정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특히 무역 갈등을 우려했습니다. 테퍼는 "무역 갈등이 심해지면 미 증시는 5~20% 하락할 수 있다"며 "증시 노출 비중을 25%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습니다.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창립자도 지난 11일 미국 경제가 야구로 치면 '7회'에 해당한다며, 향후 2년간은 경기가 상승하겠지만 그 이후 위기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는 경기와 증시를 위해 Fed가 시장 기대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이런 닥터둠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0.5%대, 나스닥 지수가 0.75% 올랐습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7% 오른 것으로 나타나며 Fed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기대를 키웠습니다. 이런 상승폭은 예상보다 낮았을 뿐 아니라, 지난 7월(2.9%)보다 상승폭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전날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PPI)도 전년대비 2.7%로 전월보다 줄었지요.이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달러화 강세가 관세 효과를 상쇄하고도 수입물가를 떨어뜨린 것이지요.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날 아침 CPI 발표에 급락했던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오후장 들어 다시 상승했습니다. 2년물 국채는 전일보다 0.8bp 상승한 2.756%, 10년물은 0.1bp 상승한 2.964%로 마감됐습니다. 물가가 계속 이대로 머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더 힘을 얻은 겁니다.실제 이날 달러는 또 다시 약세를 보였습니다. 딜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2% 가량 떨어진 94.5대를 기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