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구독경제'… 월정액 내면 음식·취미·멘토까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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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집 현관 앞에 놓여 있는 신문과 우유 한 병. 매달 정해진 금액만 내면 매일 사러 갈 필요가 없다. 약속한 장소와 시간에 필요한 만큼 배송해주는 전통적인 ‘구독(subscription)’ 서비스다. 오래된 마케팅 수단인 구독 서비스가 영역을 확장, 진화하고 있다. 기존 구독 서비스는 면도날, 칫솔모, 생리대, 속옷 등 생필품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취미, 음식, 장난감, 교육 도구, 책 등을 맞춤 배송한다. 인공지능(AI)이 생애주기별 필요한 것을 골라 보내주기도 한다.

신문·우유에서 확산되는 ‘구독 서비스’초기 구독 경제는 신문과 잡지, 우유, 영양제, 면도날, 생필품 등이 주요 품목이었다. 2011년 등장한 미국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달러셰이브클럽은 월 9달러를 내면 매달 4~6개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 성공을 거뒀다. 이후 매달 5달러에 칫솔모를 보내주는 큅, 월 30달러에 일회용 콘택트렌즈를 배송해주는 허블, 여성용품을 보내주는 롤라 등이 줄줄이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회원으로부터 월 9900원의 정기 구독료를 받는다. 데일리샷 앱(응용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서울 강남, 신촌, 홍대 등 핵심 상권 80여 곳의 팝이나 바에서 매일 한 잔의 술을 마실 수 있다. 연 6~8회 제철 제주 농수산물을 정기 배송하는 무릉외갓집, 월 1회 취미를 배달해주는 하비인더박스, 월 2회 꽃을 정기 배송하는 꾸까, 월 1~2회 깨끗한 새 침구를 배송해주는 클린베딩, 매주 잘 다려진 셔츠 3~5벌을 배송해주는 위클리셔츠, 매달 화제의 책을 10권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까지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국내 구독 경제를 이끌고 있다.

고가 명품도 ‘소유에서 경험’으로구독 경제는 세계적으로 지난 5년간 연 200% 고성장하며 ‘소유하지 않는 소비’를 이끌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와 명품 등 고가품에 대해서도 ‘소유’가 아니라 ‘경험’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당 1억원이 넘는 자동차 포르쉐는 미국에서 매달 220만원을 내면 8가지 차종을 원하는 때마다 골라 탈 수 있는 ‘포르쉐 패스포트’를 작년 말 내놨다. 캐딜락과 BMW, 벤츠 등도 비슷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미국에서 월 279달러(약 30만원)에 원하는 차를 선택하는 ‘현대 플러스’를 시작했다. 미 서부의 병원 포워드는 월 149달러로 질병 사전진단과 유전자 분석을 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글로벌 구독 경제 시장 규모가 2015년 466조원에서 2020년 588조원가량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은 ‘경제적 이익’과 ‘재미’구독 경제의 키워드는 ‘이익’과 ‘재미’로 압축된다. 맥킨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독 경제 이용자의 가장 큰 가입 이유는 ‘재미와 흥미’였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25%),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24%)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절반 가까운 사용자가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 등을 위해 선택했다는 얘기다. ‘경제적 이익 때문에’(19%), ‘편리해서’(12%)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20~30대를 중심으로 뭔가를 소유하지 않으려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청소년 시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현 20~34세 연령층을 ‘경기 침체를 겪은 세대’라는 뜻의 ‘리세션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금융위기가 보유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을 목격한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차나 집 등 목돈이 들어가고 뭔가를 지속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경계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대학생 전문매체 대학내일이 국내 20대의 트렌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20대는 ‘소유에 의미를 두지 않고, 렌털이나 중고를 마다하지 않는 세대’로 분석했다. 소유가 중요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얼마나 잘 찾아 쓰고 잘 즐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 NIE 포인트월 구독료를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뒤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보는 ‘구독 경제’가 확산하는 이유를 토론해보자. 이색적인 구독 경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는 이유도 생각해보자.

김보라 한국경제신문 생활경제부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