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까지 거론된 집주인들의 집값 담합

국토부, 허위매물 신고 많은 곳 대상 업무방해 여부 조사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4일 아파트 주민들의 집값 담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법도 마련하겠다고 밝혀 집값 담합 실태가 주목된다.부총리가 특별법까지 거론할 정도로 수도권 일대에 아파트 인터넷 카페나 부녀회 등이 주도하는 집값 담합과 공인중개사에 대한 압박은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주민들은 평형별로 자신들의 집값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은 돼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보다 낮은 물건을 올려놓는 중개사들을 '허위매물을 등록했다'며 관계 기관에 신고하거나 집단으로 매매 의뢰를 거부하며 압박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중 허위매물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시정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접수된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8월 2만1천824건에 달했다.이는 전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며 작년 8월에 비해서는 6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실제 허위매물이 많아졌다기보다는 허위매물이라는 핑계를 댄 악의적인 신고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터넷 카페에서 일부 주민들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기로 하고 부동산 업자들에게 이를 강요하고, 말을 듣지 않는 곳은 매물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압박한다"며 "이 때문에 급하게 집을 처분해야 하는 주민들이 집을 제대로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인천의 한 아파트 주민은 "인터넷 카페에서는 호가 올리기 등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고 집값 담합과 관련한 지침도 내려오고 있다"며 "카페에는 '공인중개사 길들이기'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인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집값 담합 실태가 보도된 일부 지역에서는 '제보자 색출'에 나서는 카페가 있는가 하면, 세입자를 배제한 실소유자만의 별도 카페가 만들어지는 모습도 목격된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아파트 복도 등에도 입주자단체가 집값 담합을 선동하는 게시물이 붙고 있다.'우리 동네 아파트는 옆 동네와 비교했을 때 평당 얼마 이상은 가야 한다'는 식의 글을 통해 집값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글이 있는가 하면, 협조적이지 않은 특정 중개업소를 배제하고 다른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아 시세를 올리자는 내용의 글도 있다.

이에 아파트 주민들도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거래를 많이 하려고 실제 가격보다 낮은 '미끼매물'을 올려 정당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윤모(47)씨는 "아파트 주민들의 집값 담합이 최근 기승을 부릴지는 모르겠지만, 평상시 미끼매물이나 한참 전에 거래가 끝난 매물을 올려놓고 호객하는 중개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미 주민들이 집값 담합을 위해 공인중개사를 압박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나 김 부총리가 아파트 담합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한 만큼 특별법 개정으로 내용이 더욱 보강될 수도 있다.

원래 아파트 주민들이 중개업자를 압박하는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으나 국토부는 이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처벌 조항을 공인중개사법에 넣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KISO에서 자료를 받아 허위매물 신고가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 악의적인 신고 행위(업무방해)가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또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집주인들의 집값 담합 행위가 알려진 단지에 대해서는 별도 조사에도 착수했다.국토부 관계자는 "허위매물이라는 이유로 악의적인 신고를 하거나 일거리를 빼앗자고 선동하는 식으로 중개사들에 압박을 가한 경우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