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김상조 '전속고발권 폐지' 놓고 신경전
입력
수정
지면A6
김상조 "기업 옥죄기 아니다"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신경전을 벌여 주목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38년 만에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원활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 김병준 위원장을 예방했다.
'공정거래법 개편' 협조 요청
김병준 "檢 신뢰 높지 않아 걱정"
김상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행 공정거래법에 대해 “과거 산업화·고도 성장기에 만든 경제법이 21세기 환경에 부응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언론과 한국당에서 ‘재벌 기업 옥죄기’를 위한 법 개정이 아니냐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고 해명했다.공정위는 지난달 전속고발권제 일부 폐지, 대기업집단 내에서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사인(私人)의 행위금지청구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속고발권제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고발을 공정위만 할 수 있는 제도로, 기업 고발을 남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980년 도입됐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법이 개정되면 소비자 피해가 큰 가격·입찰 담합 등은 국민 누구나 검찰 고발이 가능하고, 검찰은 고발 없이도 자체 판단으로 수사할 수 있다. 개인이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 금지소송을 낼 수 있는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은 ‘기업 옥죄기식 독소조항’이 많다며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제 폐지 방침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속고발권제 폐지만 하더라도 성장동력이 떨어져 있는 판에 기업을 너무 옥죄게 될까 싶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전속고발권제가 폐지돼도 되는지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반대할 만한 요소가 곳곳에 있어 두고두고 얘기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김상조 위원장은 “혁신성장의 기반을 만들고 공정위의 법 집행 효율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부분에서 더 핵심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에 김병준 위원장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어 “다음주에는 한국당 정무위원들이 주최하는 관련 토론회도 있다”며 “국회에 상정할 때까지 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경청해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