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긴급차량에 양보하는 시민의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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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제29조(긴급자동차의 우선 통행), 제30조(긴급자동차에 대한 특례)에는 ‘진로양보의무’가 명시돼 있다. 진로양보의무는 차량의 운전자가 뒤에서 따라오는 차보다 느린 속도로 가고자 하는 경우에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해 진로를 양보하는 것을 말한다. 단 소방자동차, 구급자동차, 경찰용 자동차 중 범죄수사, 교통단속, 그 밖에 경찰 임무 수행에 사용하는 자동차 등 ‘긴급자동차’는 제외된다. 그런데 현장에서 순찰업무를 보다 보면 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예를 들어 순찰을 돌다 골목길이나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서행하면 뒤에서 따라오던 승용차나 택시 등이 경적을 울리기 십상이다. 골목길에서 큰길로 진입할 때나 교차로에서 우회전할 때도 직진하는 차가 양보하는 법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방에 빨간불이 들어와 계속 진행할 수 없는 상태라 양보해도 좋으련만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고 먼저 가버린다. 112차량은 긴급 상황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경찰관은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다. 우선 범죄나 사고에 의해 훼손된 시신, 방치된 고독사, 자살 등 험한 사건 현장에 있어야 한다. 둘째, 사건의 내용으로 인해 늘 업무의 긴장도가 높다. 셋째, 밤 근무가 많다 보니 일반적인 생활이 힘들다. 사정이 이런데도 매스컴에서는 언제나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기사만 쏟아진다.

어떤 학자는 “선진국의 기준은 제복을 입은 공무원에 대한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제복 입은 경찰이 사기 저하로 사명감은 사라지고 보신주의로 흘러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부터라도 치안 선진국을 향한 교통 기초질서, 즉 긴급차량에 대한 시민들의 성숙한 양보와 배려를 기대해본다.

민인근 < 부산동부경찰서 초량지구대 경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