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 과하면 毒이네

지동원, 분데스리가 시즌 첫 골
'어퍼컷 세리머니' 중 왼발 부상

두산 박건우 배트 맞아 기절도
세리머니를 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것만큼이나 시쳇말로 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를 합친 신조어) 상황이 또 있을까.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지동원은 16일(한국시간) 독일 마인츠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 분데스리가 마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통쾌한 골을 터뜨리고 웃픈 상황을 연출했다.

지동원이 세리머리를 하다가 착지 과정에서 왼발을 다친 후 그라운드에 머리를 감싸쥐고 누워있다. /아우크스부르크 트위터
지동원은 이날 팀이 0-0으로 맞선 후반 37분 페널티 지역 밖에서 시원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주전 경쟁에서 탈락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던 그는 시즌 첫골이 터지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고 측면으로 달려가 높이 점프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지동원은 착지 과정에서 왼발이 뒤틀렸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그는 무릎을 부여잡았고 곧바로 세르히오 코르도바와 교체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 같은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났다. 지난 5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박건우는 팀 동료와 역전승 세리머니를 하다 방망이에 머리를 맞아 기절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사고는 두산의 김재환이 서울 잠실구장에서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4-4 동점 상황에서 9회 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뒤 일어났다. 박건우는 김재환을 향해 달려가던 중 다른 선수들과 뒤엉켰고 그 과정에서 양의지의 배트에 머리를 맞아 잠시 기절했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감독이 세리머니를 하다 다치는 더 황당한 경우도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브라질 치치 감독은 조별리그 2차전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득점이 나오자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치치 감독은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햄스트링을 다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