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북한, 파키스탄 따라하기… '조용한' 핵보유국 전략 추진"

"2차 북미정상회담은 文대통령 방북에 달려…중재자 역할에 무게"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평가되는 파키스탄을 모방해 '조용한 핵개발'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여전히 핵연료와 무기를 활발히 제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최근 들어 핵 전력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는 일 없이 침묵을 지키는 중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를 통해 별다른 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하여금 '비핵화 노력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묘사할 여지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달라진 북한의 전략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된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의 전략에서 한 수 배운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 이후 20년 동안 실험을 자제하면서 '핵무기를 없애라'는 외부의 요구를 피하고 있다.

신문은 "파키스탄 모델의 장점은 분명하다"며 "파키스탄은 핵개발에 따른 제재를 거의 받지 않았고 NPT 서명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낸 니컬러스 번스는 NYT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무엇이 파키스탄을 보호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김 위원장의 조용한 핵개발 접근법은 협상 카운터파트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맞춤형'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미국의 전·현직 정보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신중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연구한 결과 여론이 좋고 두 정상 사이의 대화가 우호적인 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진전 요구를 미룰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공개 실험을 중단한 것은 과연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탄두의 개발 성공 여부를 애매모호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조기 성사 여부는 상당 부분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북에 달려 있다고 예상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은 이 '핵 무도회'(nuclear dance)에서 가장 중요한 출연자로 떠올랐다"면서 "그는 미국의 동맹과 중요한 중재자라는 자신의 역할 중에 후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는 NYT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해 하원(다수당 지위)을 잃거나 특별검사 수사를 통해 더 큰 압력을 받으면 군사행동 위협을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