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포용의 리더십? 모든 걸 내려놓고 진심으로 대할 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국회 미래혁신포럼서 리더십 토크
“특별한 리더십이 있었다기보다는 진정성이 선수들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철저히 베트남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려고 했습니다.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선수들을 진심으로 대했을 뿐입니다.”

박항서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사진)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원축구연맹·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베트남을 열광시킨 포용의 리더, 박항서 감독을 만나다’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시아 국가 첫 결승 진출(준우승)을 일궜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사상 첫 4강 진출을 달성해 베트남의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의 자격지심이 체력이었는데, 사실 이들은 작지만 순발력과 지구력이 뛰어나다”며 “자신감을 주면서 그런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경기 때마다 ‘체격은 너희가 작을지 몰라도 체력은 한 수 위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용기를 북돋워준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이날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국땅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밝혀 세미나장을 가득 메운 국회의원 등 청중으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었다. 그는 “제 나이가 되면 공직에서도 은퇴하고, 프로팀에선 후배들이 주를 이룬다”며 “대표팀의 무게감 때문에 망설였지만, 이것 외엔 돌파구가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돌아봤다. 베트남 선수들과의 소통에 대해선 “문화적 충돌이 가끔 발생할 때도 있지만 베트남에선 한국에서와 달리 일단 알았다고 한 뒤 시간을 좀 갖는다”며 “제가 조금 물러설 것과 베트남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한국을 찾아 고향(경남 산청)도 방문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보낸 박 감독은 동남아시아 선수권대회(스즈키컵) 준비에 집중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