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春의 술, 막걸리… '수출 거품' 꺼진 자리, 2030 겨냥 이색 신제품으로 내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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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한류 타고 日서 대박
해외서 인기 시들해지자 위기
커피·바나나·유자 막걸리 등장
도수 낮춘 '지평 생막걸리' 돌풍
6년째 떨어졌던 출고량 회복
◆수출 7년째 감소… 내수는 ‘회복’막걸리는 10년 전 ‘한류 열풍’으로 최대 호황을 누렸다. 수출 덕이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막걸리 업체들은 한류만 믿었다. 국내 소비자 취향 분석과 고급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시 막걸리 제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포함돼 대기업의 진입 자체가 막힌 것도 막걸리의 고급화를 가로막은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막걸리 수출은 2012년부터 꺾이기 시작해 7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 실적은 1224만달러(약 138억원)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미국 수출량은 15%, 중국은 31.3% 감소했다. 일본도 2% 성장에 그쳤다.
젊어지는 막걸리 열풍은 지평주조가 주도했다. 90년 역사의 국내 최고(最古) 양조장에서 제조하는 지평주조는 2015년 ‘지평생쌀막걸리’의 알코올도수를 6도에서 5도로 낮춰 출시하면서 막걸리의 저도주 바람을 일으켰다. 이 회사 김기환 대표는 28세에 가업을 이어받아 매출 2억원대 회사를 8년 만에 110억원대로 키워냈다. 강원 춘천 제2공장을 짓는 등 설비 투자를 하고, 유통망을 정비하면서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했다. 지평주조 관계자는 “경쟁사보다 200~300원 더 비싸게 내놨지만 고급 재료를 쓰고 도수를 낮추니 젊은 층 사이에서 목넘김이 편하고 숙취 없는 술이라고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막걸리업계의 과제는 일본 중국 미국에 치우쳐 있던 수출시장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관계자는 “전체 수출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이 주력 시장이지만 성장률이 1~2%대에 그치고 있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젊은 소비자들의 한국 술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