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저 법인세율에 파격 인센티브… 헝가리 '제조 허브'로 부상

'일자리 천국' 된 헝가리

글로벌 기업 몰리는 헝가리
법인세율 지난해 19%→9%로
25%로 인상한 한국과 대조적
투자액의 최대 50% 인센티브도
BMW·SK이노 등 공장 잇따라

기업 "인력 확보가 가장 큰 고민"
"1주일에 30명씩 채용해도 부족"
실업률 해마다 줄어 2분기 3.6%
근로자, 일자리 넘쳐 '행복한 비명'
"10년 넘게 파업뉴스 본적 없어요"
헝가리 라칼마스시에 있는 한국타이어 공장 직원이 생산된 타이어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제공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7번 도로. 도로변의 광고판 중 상당수는 “사람 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현지 기업인들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현지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 임원은 “대다수 기업이 다른 회사의 우수 인력을 빼오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며 “매주 20~30명씩 채용해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난이 심했던 헝가리가 ‘일자리 천국’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에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내건 헝가리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 덕분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車산업 허브 된 헝가리

헝가리 경제는 고공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0%에 달했다. 2014년 이후 4년 동안 2016년을 제외하고 매년 3% 이상 성장했다. IMF는 헝가리 경제가 올해도 3.8%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 5년간 헝가리의 신용평가등급을 3~7단계씩 올렸다.실업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올 2분기 평균 실업률은 3.6%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의 실업률은 2분기 평균 1.1%에 불과했다. 현지 기업인들은 “젊은 인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호소한다.

글로벌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경제 성장과 고용 확대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헝가리에 모여들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자동차 공장 생산시설 확장으로 인한 수출 증가가 헝가리 경제 회복의 주요 동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헝가리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6년 50만 대 수준이었지만 올해 100만 대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BMW는 지난 7월 12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들여 헝가리에 전기자동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 스즈키 등은 이미 헝가리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글로벌 부품회사 보쉬는 헝가리에 자율주행차 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성SDI는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난해 완공했고 SK이노베이션과 일본의 GS유아도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근로자와 구직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다.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만난 근로자 카타린 스제케르는 “일할 의사만 있으면 언제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며 “기업들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근로자를 위한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넘게 파업 관련 뉴스를 본 적이 없다”며 “공산국가 시절 권력에 밀착한 노조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데다 언제든지 더 나은 일자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파업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낮췄더니 기업 몰려기업들이 맘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 점도 헝가리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기업에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게 대표적이다. 헝가리 정부는 지난해 19% 수준이던 법인세를 9%로 낮췄다.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 기업들이 법인세만큼이나 부담스러워하는 고용주세도 지난해 22%에서 올해 19.8%로 인하했다. 헝가리 의회는 매년 고용주세를 2%포인트씩 인하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한국과는 정반대다.

헝가리 정부는 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대대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투자 금액 중 일부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인센티브 지급 여부는 공장 건설 지역과 고용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에서 대규모 채용을 하는 공장을 지으면 투자금의 50%까지 보전해준다.

헝가리 투자청에는 주요 국가를 책임지는 전담직원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국가가 동유럽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면 직접 찾아가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기업 유치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헝가리 내 제2공장을 지을 준비를 하는 자동차 부품회사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 관계자는 “투자청 직원이 수시로 방문해 헝가리에 공장을 더 건설하면 다양한 혜택을 주고, 경영하는 데 불편한 요인을 모두 제거해주겠다고 약속한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