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원유공급 제한했는데 평양 휘발유값은 위기 전 '반값'… 커지는 대북제재 회의론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효과에 대해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평양 시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북한 통화가치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대한 ‘최대 압박’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북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석유제품 수입을 연간 50만배럴로 제한했다. 연간 450만배럴 가량으로 알려진 북한의 석유제품 수입량 중 90% 가량을 차단해 북한을 압박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7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북한이 지난 1~5월 중 모두 89차례에 걸쳐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정제유를 밀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SJ은 “(북한의 석유제품 밀수는)주로 중국, 러시아 선박과의 환적을 통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대북 제재 구멍’은 북한 내 기름값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 NK데일리에 따르면 평양 시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21일 L당 1만1000원(북한 화폐 기준)으로 미·북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해 10월 중 L당 2만3500원 대비 53%나 하락했다. 석유제품 제재가 위력을 발휘하면 북한 내 휘발유 가격이 뛰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북한 화폐가격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NK데일리 조사를 보면, 북한 국경도시 신의주에선 북한 화폐가 지난달 21일 기준 달러당 8140원에 거래됐다. 북핵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 10월의 달러당 8100원과 별 차이가 없다. 이는 올해 미국의 이란 제재 당시 이란 통화가치가 급락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했고 지난 5월 실제 탈퇴한데 이어 8월초 그동안 중단했던 이란 제재를 부활했다. 이 기간 이란 통화가치는 60% 가량 폭락했다. WSJ는 “북한 통화가치 안정은 대북제재가 기대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WSJ는 또 지난 15일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보고서를 입수해 북한이 예멘 등 세계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아 오다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시리아 무기상을 통해 예멘 반군에 로켓추진 수류탄, 탄도미사일 같은 무기를 판매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수천만달러어치의 북한 철광석과 철강 등을 구입하고 북한 파트너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