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다음 카드는… 환율조작국·자동차관세 주목

미 재무부, 내달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車 고율관세 부과하면 한국·EU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도 2천억달러(약 224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다음으로 꺼내 들 카드가 무엇일지 주목된다.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관세로 공격하는 와중에 환율 문제도 끊임없이 거론해온 만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 외에도 유럽연합(EU), 멕시코,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수출국에 타격이 될 자동차에 대한 관세 폭탄도 손에 쥐고 있다.
◇ 내달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전쟁을 환율전쟁으로 키울 불씨를 던져놓았다.

대선 후보 때부터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한다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그는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뒤인 지난 7월에도 언론 인터뷰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성장 둔화를 만회하려고 위안화를 절하했다면서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대해 "아주 강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위안화 역내 환율은 현재 달러당 6.86위안 수준으로 올해 들어 5.5% 상승했다.

특히 무역갈등이 심해지기 시작한 지난 4월 중순의 저점에서 지난달 중순의 고점까지는 10% 넘게 급등했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하를 방관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동시에 위안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과 채무비용 증가 측면에서 중국에도 부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지난달 말 인민은행이 고시환율에 경기대응요소를 재도입한다고 밝힌 이후로 위안화 절하 추세는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 10월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초과,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한다.
3개 중 2개 항목에서 기준을 넘으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올해 4월까지 5차례 연속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중국은 1개 기준에만 해당하지만 대미 흑자 규모가 현저히 크다는 이유로 작년 4월부터 관찰대상국이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천75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의 1.4%, GDP 대비 외화 순매수 규모는 -0.6%다.

금융 칼럼니스트 닐 킴벌리는 지난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미 재무부는 현재의 기준으로 중국을 조작국으로 분류할 수 없다"며 "워싱턴은 짐작건대 중국 지정을 더 쉽게 하려고 골대(기준)를 옮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관찰대상국인 독일, 인도, 일본, 한국, 스위스를 휘말리지 않게 하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에 지정하기 힘들기는 하겠지만, 지정 여부는 결국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라며 "트럼프의 최근 언급을 고려하면 중국을 지정할 리스크는 상당하다"고 말했다.
◇ 車 관세폭탄, 중국 넘어 한국·EU 등에도 타격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타깃으로 삼으면서 올해 초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이번에는 자동차 산업 전체를 겨냥했다.

미국에서 지난해 팔린 자동차 1천720만대 중 수입은 48%에 달한다.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국은 한국을 비롯해 EU, 일본, 멕시코, 캐나다 등으로 실제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상무부에 지시했다.

이후에도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EU산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직접 위협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주요 동맹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자동차가 주요 수출품목인 이들 국가와의 무역협상에서 이를 '지렛대'로 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미국산 콩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미·EU 합의에도 자동차 관세를 둘러싼 상황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수입 자동차 관세에 관한 보고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미국이 같은 조치를 한다는 조건으로 모든 제품의 관세를 철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충분하지 않다.

유럽 소비자들은 유럽 차를 산다"며 바로 거부했다.

대미 최대 자동차 수출국인 멕시코는 지난달 27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을 대체할 새 무역협정에 합의하면서 부품의 75%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만 관세면제를 받도록 했다.

또한 자동차 부품의 40∼45%는 최저 시급 16달러(약 1만8천원) 이상을 주는 사업장에서 생산하도록 했다.

이는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규정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에도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는 등 자동차 관세를 자국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확대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트위터에 포드가 중국에서 만든 소형 모델을 미국에서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는 시작일 뿐이다.이 차는 이제 미국에서 제조될 수 있고 포드는 관세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