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시작한 날… 美-러·中 '대북제재 위반' 놓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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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남북정상회담3차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를 불과 몇 시간 앞둔 17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중국이 대북제재 위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지위 문제 등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
美 "러시아 제재 위반 멈춰라"
헤일리 "제재 완화할 때 아냐"
'보고서 수정' 의혹 제기하며 맹공
폼페이오 "제재는 비핵화에 필수"
러 "제재로 핵문제 해결 못해"
中 "힘에 의존하면 재앙적 결과
유엔사령부는 냉전시대의 유물"
역할·지위·필요성 문제 제기
9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인 미국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러시아의 대북제재 위반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체계적으로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미국과 북한 간에 어렵고 민감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미국이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직전 안보리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세계적인 제재 동참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서 수정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헤일리 대사는 러시아의 제재 위반 내용이 빠진 보고서는 ‘오염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부패는 바이러스와 같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보리의 위상과 효율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를 피해 북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해상에서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정제유 등 금수 품목을 밀매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제재만으로는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한반도 비핵화는 대북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제재가 외교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중국도 대북 압박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마차오쉬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힘에 의존하는 것은 재앙적 결과 외에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동시에 유엔사 지위 문제를 지적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엔사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뒤 안보리 결의에 따라 창설됐다.
마 중국대사는 “유엔사는 냉전 시대의 산물이자 시대착오적”이라며 “남북 화해와 협력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네벤자 러시아대사도 “남북 간 철도 연결 시도를 막은 유엔사가 21세기 베를린 장벽이냐”며 “유엔사의 역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공식적인 안보리 회의에서의 아젠다가 아니라 유엔사의 법적 지위나 특정 이슈와 관련한 행동을 공개적으로 토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