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추석公約, 반값에 지키세요

김준동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jdkim@korcham.net >
‘더도 덜도 말고 좋은 한가위’가 코앞이다. 올해 추석은 대체휴일까지 있어 총 5일간의 긴 연휴라서 더욱 좋다.

명절이면 고향의 부모들은 자식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자식들은 오랜만의 고향 방문에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매번 명절 연휴에 부부간 눈치 싸움도 만만치 않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복잡한 속내다. 남편들은 본가에 먼저 가자니 아내 눈치가 보이고, 처가에 먼저 가자니 영 내키지 않는다. 아내들의 마음은 더더욱 복잡하다. 시댁에서의 시간은 고난이다. 차례만 지내고 곧장 친정으로 달려가고 싶다. 하나 눈치 탓에 입속엔 ‘가자’라는 말 대신 한숨만이 맴돈다.모두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다. 명절 후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은 이제는 뉴스거리도 아니다. 청년들은 더 힘들다. 연애, 취업, 결혼을 포기한 3포 세대라 불릴 정도로 힘든 그들에겐 그냥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다.

그렇지만 고난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명절도 그렇다. 부모에겐 죄송한 마음, 아내에겐 미안한 마음, 자식에겐 안쓰러운 마음에 각종 공약(公約)이 쏟아진다. 이 탓인지 명절 후 시장이나 쇼핑몰은 북새통을 이룬다. 집안 대소사 이후에 주부들의 쇼핑 욕구가 더욱 증가한다고 한다.

공약은 식기 전에 지켜야 한다. 선심성 공약은 휘발성이 강하다. 쉽게 나오고 쉬이 사라진다. 다행히 올해 추석엔 약속을 지킬 좋은 ‘판’이 마련됐다.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오는 28일부터 열흘간 열린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은 이번 페스타엔 전국 500개 업체가 3000개에 달하는 제품을 ‘반값’에 내놓는다. 빨래건조기, 올레드TV, 돌침대, 최신 유행의 LED(발광다이오드) 마스크까지 다양한 아이템을 최대 80%까지 할인한다. 시댁이나 처갓집, 남편이나 아내에게 큰소리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서울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전통시장엔 다양한 문화체험이 마련된다. 연휴 직후인 27일 광화문광장에선 K팝 공연도 열린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긴다면 명절 동안 쌓인 갈등과 속앓이를 함께 풀 수 있다.

요즘 명절 좀 없애달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누군가에겐 기나긴 연휴가 달갑지 않은 고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공약을 남발해선 안된다. 공약(空約)이 된다면 내년 추석은 더 힘들어질 테니까.

부득이 공약을 했다면 지켜야 한다. 올해는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좋은 마당도 깔렸으니 ‘반값’에라도 꼭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