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김정은 또 '솔직·겸손 화법'… "수준 낮을지 몰라도"

문대통령과 환담서 "최대 성의와 마음 다한 숙소와 일정, 마음으로 받아달라"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는 언급도…유머·위트도 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유의 솔직하고 겸손한 화법이 18일 또 한 번 눈길을 끌었다.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백화원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가진 환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세상 많은 나라를 돌아보시는데, 뭐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좀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예고 없이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을 거론한 뒤 "너무나도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안 좋아서), 제대로 된 영접을 못 해서 늘 가슴에 걸렸다"며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오늘 이렇게…"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비록 수준이 낮을지 몰라도 최대 성의의 마음을 보인 숙소고 일정이고 하니 우리 마음으로 받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이날 평양을 처음 방문한 문 대통령 부부가 받은 환영과 의전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겸손'이라고 할 만하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연 것과 김 위원장 부부가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 활주로까지 영접을 나온 것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또 북한군 의장대(명예위병대)는 공항에서 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하는 의장행사를 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췄고, 평양시민 10만여 명은 거리로 나와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을 열렬히 환영했다.문 대통령이 묵는 백화원영빈관은 북한을 찾는 국가 수반급 외빈 숙소로 사용되는 곳으로, 올해 초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과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결국, 김 위원장의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화법과 언행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김 위원장은 사회의 문제나 지도부의 잘못을 웬만하면 시인하지 않는 북한 체제의 관행을 깨는 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그는 작년 조선중앙TV로 전국에 중계된 육성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한 해를 보냈다"며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과의 환담을 연상시킨다.

당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不備·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음)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면서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언급했다.
단순히 솔직하고 겸손한 언행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남한이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점을 띄우는 파격을 보인 것이다.

이날 백화원영빈관 환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이제는 '전매특허'처럼 돼버린 '치부 솔직히 드러내기'와 '남한 띄우기'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이날 백화원영빈관에서 문 대통령 부부에게 "좀 쉬시라"면서 "연출부장이랑 다 나와. 왜 여기까지 들어오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고 분위기를 이끄는 면모도 보였다.그는 지난 3월 방북한 우리 특사단과 4·27 정상회담에서 그간 북한의 잦은 무력 도발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취지의 재치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