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문대통령, 집단체조 관람…북한 환영·호의 존중한 결정

'체제 선전용' 논란 속 靑 "北, 우리 입장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알아"
정상회담 장면 등 남북관계 개선 의지 담아 부담 덜었을 수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이틀째인 19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공연 중인 집단체조를 관람한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날 일정을 소개하며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북한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경기장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이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공연의 제목이 '빛나는 조국'이 맞느냐는 질문에 "전체적 틀은 '빛나는 조국'이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할지는 이번 방북 일정 가운데 관심이 집중된 부분 중 하나였다.집단체조는 북한 체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형상화해 보여주는 공연으로,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 결속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것, 이른바 체제 선전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11년 만에 맞이하는 남측 최고지도자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관람을 요청했다면 이를 끝까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7년 방북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북한의 요청을 받아들여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당시 청와대는 "과거 대결적 관점에서 벗어나 상호 체제 인정·존중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4월과 5월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2007년보다 남북 정상이 한층 가까워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청와대가 집단체조 관람을 결정한 배경이 이번에도 그대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집단체조의 내용과 관련해 우리 측 요구가 최대한 반영됐다면 청와대의 부담은 더욱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윤 수석은 "북측에서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최근 공개된 '빛나는 조국'에는 반미(反美)나 핵 무력을 과시하는 메시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남측 요구를 받아들여 남북관계 발전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면 공연 관람이 남북 간 거리를 더 가깝게 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연의 상당한 비중을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보다 문 대통령을 환영하고 남북관계의 번영 쪽에 할애한다면 집단체조의 명칭이 '빛나는 조국'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된다.윤 수석은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미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면서 "제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북측에서 어떻게 구체적 논의가 오가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