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정상회담] 북한이 우리 경제인들을 ‘양묘장’으로 이끈 이유는… 유엔 대북제재 고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남측 경제인들과 공공기업 대표들. 사진=연합뉴스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방문단으로 방북한 경제인들이 19일 황해북도 송림시 석탄리에 있는 조선인민군 112호 양묘장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북한이 경제인들의 1호 현장 방문장소를 왜 양묘장으로 정했는지 주목된다.

양묘장은 나무 등을 대량으로 기르고 생산하는 곳이다. 전국이 산림으로 우거진 한국은 양묘의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산림 황폐화와 그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산림녹화사업은 유엔의 대북경제제재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북한이 우리 기업에게 투자를 요청하는데 부담도 없는 편이다.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내 산림 총면적 899만㏊의 32%인 284만㏊가 황폐화된 상태다. 영국 위기관리 전문기업 메이플크로프트는 북한의 산림 황폐화 수준이 세계에서 세번째로 심각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산림 부족은 홍수, 가뭄 등 재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벨기에 루뱅대학 재난역학연구센터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북한은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 4위였다. 지난달엔 태풍 솔릭으로 주민 86명이 사망하고 6만5000명이 이재민이 됐다. 북한이 산림 복구를 국가 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직후인 2012년 4월 “나무를 많이 심고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10년 안에 벌거숭이산들을 모두 수림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양묘장을 세우고 종묘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에 있는 122호 양묘장을 여러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122호 양묘장은 어린 나무, 즉 나무모들의 생육조건을 최적화해 1년에 두 번 나무모를 생산할 수 있다. 파종부터 나무모포장 등 공정이 자동화된 곳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이곳을 방문해 기술 발전 성과를 칭찬하면서 “산림 복구 전투는 현시기 가장 중차대한 정책적 과업으로 전 국가적 힘을 집중해 밀고 나가야 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이 이날 방문하는 112호 양묘장은 2010년 준공된 곳으로 122호보다는 기술 수준이 다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김 위원장이 한국 기업인들을 양묘장으로 초대한 이유는 산림 산업이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임을 보여주면서 이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산림 산업은 유엔의 대북 제재가 예외로 두는 ‘비상업적인 공공인프라 사업’의 측면이 강해 상대적으로 협력이 원활하리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의 산림 협력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 산림협력분과를 두고 협력 방안을 주기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내년 산림협력 사업 예산을 올해(300억원)보다 837억원 늘린 1137억원을 배정했다. 판문전 선언 이행을 위한 예산(4712억원)의 24% 수준이다.

평양공동취재단/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