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전략적 제휴 강조하는 정의선식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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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 '현대차 비전 창출' 올인현대자동차그룹의 수석부회장으로 승격돼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정의선 부회장(49)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승진 이후 첫 대외 일정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면담 일정을 잡는 등 북미 관세 부과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유망회사와 제휴 활발…MK시절과 변화 양상
미래車 분야 경쟁력 높이기 박차
정 부회장은 현대차 비전을 만들어가야 할 무거운 과제도 떠안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간의 미래차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현대차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갈지 큰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난 1년간 해외 유망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가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인수합병(M&A), 그룹 외 협업 등에 소극적이었던 부친 정몽구 회장 시절과는 다른 변화 양상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현대차가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선 분야는 커넥티드카, 음성인식 서비스, 인공지능(AI) 로봇 개발, 정보통신기술(ICT), 카셰어링 등 전방위적이다. 중국 바이두와 진행중인 커넥티드카 개발을 비롯해 중국 인공지능 분야 선두업체 딥글린트와 관련 기술 개발, 해외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 투자, 호주·인도 차량 공유업체 투자 등 올들어 발표한 전략적 투자는 10건이 넘는다. 이중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손잡은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분야 협력도 포함돼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독일, 이스라엘 등 전세계 5곳의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센터를 설립 중에 있다. 혁신센터에서 좋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해 국내 기업들과 연결시켜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구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등 미래차 먹거리 개발에 적극 나서는 점이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홀로그램(3D 입체 영상)을 활용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중국의 알리바바 등이 주목해온 스위스 홀로그램 전문업체 웨이레이(Wayra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오는 2020년에 세계 시장에서 약 36억달러(약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목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 현대엠앤소프트 등 주요 계열사를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현대차의 변화 움직임은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환경 내의 생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여부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문제와 직결된다. 구승환 교토산업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경쟁사와의 협업이 활발했다"며 "자동차가 이제 융합으로 가고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면 정보통신(IT)과의 연결은 핵심 과제인데 현대차그룹 내 기업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올 초 정 부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정부 부처와 가진 간담회에서 ▲차량전동화 ▲스마트카(자율주행·커넥티드카) ▲로봇·인공지능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 5대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로봇·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사업화 계획을 공식화한 첫 자리였다. 당시 정 부회장은 "신기술 분야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5대 신사업 분야에서 더 좋은 최고수준의 인재들을 충원해서 활성화시켜 나가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정 부회장이 그려나가고 있는 경영 전략은 미래차 분야에서의 기술력 선점과 영역 확장으로 풀이된다. 시장 참여자들의 반대에 한 차례 취소됐으나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2025년에 매출 44조원, 매출의 25%는 자율주행·커넥티비티 부문에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사업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향후 3~5년, 앞으로 10년 뒤 현대차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미국발 관세 부담 해소, 중국 시장 회복, 지배구조 개편,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현안은 산적해 있다. 정 부회장이 그 험난한 과정을 어떻게 풀어갈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