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합의… 대북제재 풀릴 때까진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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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평양 공동선언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9·19 평양선언’을 통해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내용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경제협력 구상을 발표했다. 2016년 12월과 2008년 7월에 각각 중단됐던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을 원칙적으로 재개하는 데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는 두 사업을 합의문에 포함한 건 북한 비핵화가 이른 시일 내에 진전을 보일 것이란 두 정상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 측 입장이어서 경협 합의 내용이 실제 이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북 경제협력
서해경제·동해관광특구 조성…'조건 따라 정상화' 합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 공동조사·인력교류 그칠 수도
당장 경협 무리하게 추진 땐 美와 의견 충돌 불가피할듯
◆금강산관광 10년 만에 재개 기대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이날 합의문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문의 배경을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시작된 대표적인 남북 간 경제협력사업이다. 통행금지만 세 차례 이뤄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현대그룹의 ‘소 떼 방북’을 계기로 1998년 11월부터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합의문에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지역 등이 포함된 데 주목하고 있다. 지난 4·27 선언에선 “10·4 선언 이행과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 조사 연구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추상적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두 정상은 당시 남북 경협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따로 언급하진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두 사업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당장 첫 삽을 뜨진 않겠지만 국제사회에 두 사업의 필요성과 상징성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한·미 간 갈등 요인될 수도”
두 정상은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도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두 특구 모두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비슷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서해경제특구는 남북한의 주요 도시가 모두 포함돼 있어 사업이 이행될 경우 발전 잠재력이 높은 사업으로 분석하고 있다. 개성공단 2단계 개발과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 연천, 동두천 등을 묶어 경제특구로 개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인근 해주와 평양·남포 등에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각종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포함돼 있다.동해관광특구는 설악~금강산~원산으로 이어지는 관광지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김정은의 고향이자 2013년부터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원산이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속초~금강산~원산~러시아로 이어지는 북한 기항 크루즈 상품 개발 등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합의문에 포함된 경협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합의문에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라는 전제조건을 일부러 명시한 점도 이를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선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과의 합작회사 운영과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한 대북 제재 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서해경제특구와 동해관광특구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나오지 않았지만 비슷하게 문제될 여지가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현 제재 수준에선 남북 공동점검·조사와 인력 교류에 그칠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을 보일 수 있다는 두 정상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남북 경협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사례와 같이 한·미 간 잡음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며 “경협은 비핵화라는 한쪽 날개와 같이 움직여야 현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평양공동취재단/김우섭·서민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