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정보 유출 놓고 김동연-심재철 '정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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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의원 "적법하게 취득한 정보 정부가 외부공개 막으려 압박"행정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19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부총리는 심 의원 측을 향해 “정보 무단 유출은 심각한 문제”라며 정면 대응 의지를 밝혔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5선의 심 의원과 경제수장인 김 부총리가 다음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맞붙는 양상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제1야당과 정부 중 한쪽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심재철 “업무추진비 공개 막으려 압박”심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부총리,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과 그 밖의 관련자들을 무고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며 “정부는 의정활동을 위해 적법하게 취득한 재정정보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검찰을 앞세우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고 혐의로 金부총리 檢고발
金 "비인가 정보 접근은 불법… 유출정보 반납 안하는 것도 문제"
기재부와 재정정보원은 지난 17일 심 의원의 보좌진들이 디지털 국가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료를 유출했다며 이들을 고발했다. 고발장은 김 부총리와 김 원장 이름으로 제출했다. 재정정보원이 의원실에 제공한 아이디로는 제한적인 정보만 볼 수 있는데 심 의원 보좌진은 열람이 허락되지 않은 정보까지 내려받았다는 게 기재부 주장이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제공받은 아이디로 접속했을 때 정보 열람에 제한이 없었다”며 “다만 특정 페이지에서 전 단계로 돌아가고자 ‘백스페이스’를 눌렀는데 평소 못 보던 메뉴창이 떴고 자료 열람 및 다운로드가 가능했다”고 말했다.심 의원실은 보좌진과 재정정보원 관계자가 통화한 음성파일 및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재정정보원 관계자는 보좌진에게 “저희(재정정보원)가 그냥 보려고 해놓은 것들이 국회에서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약간 오류가 있는 것 같아서…”라고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기재부는 ‘백스페이스를 누른 것이 비정상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이냐”고 했다. 심 의원실 관계자는 “내려받은 자료 중에 청와대와 부처 장차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있는데 정부가 이것이 공개되는 걸 막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카드는 유흥주점 등에서 쓸 수 없지만 청와대나 장차관이 쓰는 카드는 이런 제한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비인가 정보까지 접근”김 부총리는 이날 고용·산업위기지역인 전북 군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 동안 디브레인 아이디를 발급받아 사용한 사람이 1400명 정도 되는데 이번 같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가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접속자들이 비인가 영역까지 들어왔다는 것”이라며 “유출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심 의원 측 주장대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유출된 것인지에 대해 “그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 때문에 정부가 심 의원 보좌진을 고발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접근할 수 없는 정보에 접근한 것 자체로 불법”이라며 “해당 자료가 제3자에게 넘어가면 국정운영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 측 주장대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두고 이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라고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예단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태훈/박종필/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