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공항 건설 세 번째 심의도 파행… 환경단체-주민 대립에 경찰까지 출동
입력
수정
지면A29
주민 "사업성 있는데 왜 막나"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심의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19일 밤늦게까지 파행을 거듭했다. 국립공원 가치 훼손을 내세워 건설을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이동권을 요구하는 신안군 주민들이 날카롭게 맞서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위원들끼리 고성 오가며 정회
국립공원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흑산공항 건설 공원계획변경안’ 심의에 들어갔으나 밤늦게까지 심의 연기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회의에는 국립공원위 위원 25명 중 21명과 의결권이 없는 특별위원으로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참석했다.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짓는 흑산공항 사업은 2000년부터 추진해온 이 지역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50인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을 지어 주민들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자는 게 취지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받았다. 공항이 완공되면 서울까지 7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 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든다.
이번 회의는 세 번째 심의였다. 사업자인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은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 2015년 전략환경영향평가까지 마쳤지만 2016년 10월 국립공원위가 조류 보호를 명목으로 제동을 걸었다. 지난 7월 두 번째 심의에선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등을 추가로 확인하기로 하고 이례적으로 심의를 연기했다.세 번째 심의도 결국 파행으로 치달았다. 국토부는 심의를 연기할 것을 요청했으나 환경 전문가로 꾸려진 민간위원들은 이날 심의를 완료하자고 맞섰다. 위원들끼리 고성이 오가면서 정회를 반복하기도 했다. 회의 진행 방식에 불만을 가진 박우량 신안군수와 신안군 주민들이 국립공원위원장인 박천규 환경부 차관의 회의 진행을 막으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