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생존 걸린 '1가구 3車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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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오피니언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75년 한국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는 19만3000대에 불과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1985년에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었고 다시 10년이 지나자 등록 대수가 846만 대로 늘었다. 2005년은 1539만 대, 2015년에는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지난해는 2252만 대를 기록했다. 이를 2017년 기준 인구 5177만 명으로 나누면 2.3명당 1대를 보유했다는 의미가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 세대 수는 모두 2135만 가구이고, 세대당 인구는 2.42명이다. 그러니 가정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1대는 모두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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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령별로는 얼마나 보유하고 있을까. 행안부에 따르면 전체 인구 가운데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한 20세 이상 인구 비중은 80.7%로 인구수로는 4129만 명에 달한다. 등록대수 2252만 대를 제외하면 이론적으로 여전히 1877만 명의 소비자가 구매 가능자로 분류된다. 그래서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동차 시장 내수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한다.반면 잠재적 구매 예정자인 20세 이하 인구 감소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대중교통망, 그리고 운전이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을 들어 수요 증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1가구 1차’가 끝난 이후 낙관론자는 ‘1가구 2차’를 넘어 ‘1가구 3차’를 기대한다는 입장이고, 비관론은 ‘1가구 2차’의 완성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필요할 때마다 빌려 타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출고와 동시에 재산 가치가 떨어지는 제품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다. 게다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현명한 이동 소비를 하겠다는 사람이 증가해 구매보다 대여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점을 파고들어 국내에서 ‘카셰어링’으로 불리는 단기 대여 서비스가 한창이다. 개념적으로는 자동차를 빌려주는 것과 다르지 않지만 기존 렌털사업자와 차별화할 수 없어 카셰어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내세운 셈이다.
제조물을 팔아야 하는 자동차회사는 단기 대여 서비스 기업과 손잡고 렌털을 신차 구매 촉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하기 전 제품 경험 기회를 먼저 만들 수 있어서다. 소비자를 기다리는 장소도 공공주차장이 아니라 아파트 등의 거주지로 옮겨가고 제품도 국산 및 수입차를 가리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 대여사업자가 자동차를 구매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되 제조사는 특정 제품을 구매해 빌리는 사람에게 경험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신차 전시장 방문이 부담스러운 소비자로선 자연스럽게 시승하는 일이니 서로 ‘윈윈’이다.
여기에는 이동 수단의 이용적 가치가 중요해도 결국 소유는 포기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은 이동을 전제로 ‘사적인 공간’ 및 ‘브랜드’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해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이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필요하면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수 있고, 구매 집단으로 관리할 수도 있어서다. 그렇게 해서라도 ‘1가구 3차’ 시대를 만들어야 지속 생존이 가능하니 말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