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를 놀래킨 마리화나 주의 '약먹은' 질주

전날 종가는 154.98달러였습니다. 19일(현지시간) 오후 300달러까지 치솟은 주가는 오후 3시33분 168.3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214.06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캐나다의 마리화나 기업 틸레이(Tilray)였습니다.
이 마리화나 주식은 거래가 5번 중단되는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38% 오른 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장외 거래에서도 최대 11% 떨어지는 등 계속 요동치고 있습니다.지난 7월20일 미라화나 회사로는 처음 미국 증시에 주당 17달러에 상장된 이 주식은 지난 한달간 400% 가량 급등했습니다.

시발점은 브렌던 케네디 CEO의 인터뷰였습니다.

이 회사는 전날 미국 마약조사국(DEA)으로부터 일부 제품의 미국내 반입을 승인받았습니다. 그동안은 30개주가 마리화나의 제한적 사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연방정부가 금지하고 있어 반입하지 않았었습니다.이를 계기로 CNBC에 출연한 케네디 CEO는 "마리화나는 진통제나 오피오이드 대신 쓸 수 있다. 대형 제약사들은 대마초 기업과의 협력을 '헤지'로 생각해 진지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코카콜라가 오로라와 마리화나 함유 음료 개발을 협의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여서 여파는 컸습니다.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오후 2시50분께 90% 넘게 오른 3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시가총액이 무려 28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테슬라의 절반을 넘고, 한국 증시 LG전자의 두 배 수준에 달합니다.폭등세는 단지 CEO의 인터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엔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있었습니다. 주가가 갑작스레 폭등하자 공매도를 해온 헤지펀드 등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수에 돌입한 겁니다.

그동안 급등 과정에서 공매도 주식이 유통주식수(약 2100만주)의 20% 수준에 달할 정도로 많았는데, 이 반대 매매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겁니다.이후 거래가 다섯 차례 중단되면서 오후 3시33분에는 168.33달러까지 자유낙하했으며, 마지막 거래중단 뒤 종가는 214.06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벤처투자자인 피터 틸 소유의 프라이비티어홀딩스가 이 회사 주식 76%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회사는 2014년 설립됐으며, 이익을 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에도 78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부채도 지난 3월말 현재 약 4600만달러에 달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