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선언이 북미대화 다시 살렸다… '한반도 빅딜' 중대 모멘텀

북미 정상, 대승적 '의기투합'…정상간·실무간 대화채널 전면 재가동
김정은, 비핵화 '+α' 메시지…트럼프 '임기내 비핵화 시간표' 수용
내주 유엔총회·'빈채널'로 협상 재시동…북미 2차 정상회담도 가시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잔뜩 흐렸던 북미대화의 기상도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좀처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즉각 재개되는 흐름이고, 큰 틀에서 북미관계를 풀어나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올 조짐이다.

다시금 궤도에 오른 북미대화는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요구한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두 수레바퀴가 동시에 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 한반도 평화시대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면 전환'은 북미 정상 사이에 대승적 차원의 양보와 '의기투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 위원장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비핵화와 관련한 별도의 '+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비핵화 의지표명으로 받아들여 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그것은 3일전에 배달됐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남북 정상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별도의 메시지가 존재하고 있었을 개연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북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환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동창리 미사일시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을 '콕 찍어' 높이 평가했다.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포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재확인한 것을 환영한다"며 "또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을 미국과 국제적 사찰단의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는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결정을 한 데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핵과 미사일 관련 시설을 해체하고 폐기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찰'을 허용한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이 붙은 조건부 제안인데다 실질적 내용이 없어 '완전한 비핵화' 행동으로는 미흡하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을 일축한 것이다.

비록 미국이 요구한 '핵 신고'에 대한 내용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비핵화 육성 메시지를 내놓은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비핵화 국면을 진전시키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힌 데 이어 공식 외교사령탑의 동일한 메시지로 인해 멈추다시피 했던 북미간 대화와 협상은 즉각 재가동 수순을 밟게 됐다.

당장 다음주 일반토의와 정상연설 등이 예정된 유엔총회가 북미 대화에 새로운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외교사령탑인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의 고위급 회동이 열리면서 향후 협상의 방향과 틀이 구체적으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북미대화를 전담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북측 대표인사간 오스트리아 '빈 채널'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실무 단위의 비핵화 테이블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는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리 외무상과 북측 대표인사를 각각 초청한 사실을 전하고, '빈 채널'을 출발점으로 하는 북미 대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새롭게 가동되는 북미협상에서 우선적으로 주목할 대목은 그동안 확정짓지 못했던 '비핵화 시간표'다.

미국이 2021년 1월까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비핵화를 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제안을 공식적으로 수용해 '비핵화 시간표'가 처음으로 완성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빈을 무대로 한 북미 대화의 의미를 평가하면서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통해 북미 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시간표를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인 2021년 1월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방북한 우리측 특사단에 약속한 비핵화 시간표를 미국이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의미있게 평가할 대목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이전보다 진전된 비핵화 실행 방안을 제시하며 한 발짝 물러서자, 공을 넘겨받은 미국도 북한 체제 보장과 북미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겠다며 '통 큰' 수용을 한데 따른 것이다.

이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껏 고조된 대화 분위기가 '핵 신고'와 '종전선언'의 선후를 둘러싼 줄다리기 끝에 협상의 동력을 잃어버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실무차원의 협상 재개 흐름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교감을 나눴던 두 스트롱맨의 '핵 담판'은 한반도 문제를 큰 틀에서 풀어내고 미래의 시계를 더 빨리 돌리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남북 정상)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련한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양 정상회담을 반겼다.

그는 특히 '김 위원장과 곧 만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는 그럴 것(We will be)"이라고 대답했다.

이미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사실을 소개하며 "조율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만큼 회담 개최가 성큼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유권자에게 내놓을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 시간표에 근거할 때, 10월 중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 개최에서 개최될 수 있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국내적 회의론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점이 변수다.강력한 군부를 둔 김 위원장 역시 내부 설득이 중요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