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 SAP의 인재관리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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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아무리 많이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소통입니다.”
스테판 리스 SAP 최고인사책임자(CHRO)
조직내 세대변화 관리가 관건
AI 등 이용해 HR과정 90% 디지털 전환
SAP 인적자원관리 시스템
193개국 6500여 개사가 도입
각국 언어·노동법 등 규제 맞춰 제공
우리가 먼저 프로그램 써보고
성장·조직문화 개선 증명해
기존 HR 한계… 세대 변화 읽어야
디지털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소통도구 줘야 조직 통합 가능
아시아는 SAP 예비고객
연공서열 중시하는 한국은
인적자원관리의 '불모지' 였지만
소통 고민하는 한국 기업 증가
두산 등 50여개 기업이 쓰고 있어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스테판 리스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지속적인 성장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의 도움을 받는 인적자원관리(HCM)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SAP의 인재관리 노하우를 듣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4일 열린 ‘석세스커넥트 라스베이거스 2018’에서 그를 만났다. 리스 CHRO는 200여 개국 9만5000여 명에 달하는 SAP 임직원 인사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석세스커넥트는 SAP와 자회사 석세스팩터스가 매년 여는 인재관리(HR)와 관련한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다.한발 앞서 ‘디지털 HR’ 도입한 SAP
SAP는 독자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의 HCM 소프트웨어인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해 임직원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 HCM은 인사·채용·평가·급여 등 HR과 관련한 각종 업무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석세스팩터스의 HCM은 클라우드 서버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한다.
SAP는 2010년부터 석세스팩터스를 통해 HR 업무프로세스의 90%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했다. 리스 CHRO는 “직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데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가 회사 조직의 중심이 되면서 HR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핵심성과지표(KPI)에 대한 관리와 평가를 넘어 개인별로 최적화한 HR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글로벌 기업인 SAP는 본사는 물론 해외 지사의 모든 임직원이 회사 경영철학과 목표를 동일하게 공유하면서 실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리스 CHRO는 “임직원 개개인의 업무 경험은 고객에게 알게 모르게 전달되고 회사 수익으로도 연결되기 때문에 모든 임직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규모가 작을 땐 서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조직이 크고 복잡해지면서 기술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됐다”고 전했다.
리스 CHRO는 이어 “모든 조직원과 최적화된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떻게 바꿔나가는지에 따라 그 기업이 5년, 10년 뒤에도 최고의 임직원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SAP 스스로 석세스팩터스를 먼저 활용하면서 기업이 성장하면서도 성공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을 외부에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세스팩터스는 SAP 외에도 영국 맨체스터시티 프로축구단,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세계 193개국, 6500여 기업이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당면 현안은 밀레니얼 세대 통합”SAP는 조직 내 세대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그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가 회사의 주축이 되면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이들 세대에 기존 방식의 HR 시스템이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석세스커넥트 콘퍼런스에서도 많은 기업이 큰 관심을 보인 주제가 세대 변화였다.
리스 CHRO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메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던 반면 이들의 자녀인 밀레니얼 세대는 음성인식, 모바일 기반 기술을 더 편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직원들이 전체 기업 직원의 8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양한 세대에 맞게 효과적인 소통 방식을 제공해야 모든 직원이 회사 전략과 목표를 100% 이해하고 개인화할 수 있다”며 “HCM 시스템 구축 없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원활한 소통은 모든 기업의 고민”리스 CHRO는 SAP의 HCM시스템(석세스팩터스)이 가진 장점으로 확장성을 꼽았다. 클라우드 기반이라 회사의 기존 서버 시스템과 상관없이 운영할 수 있고 협력사와 연동도 쉽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나라의 언어뿐만 아니라 노동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까지 맞춰 제공한다는 것도 석세스팩터스의 장점”이라고 전했다. SAP의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자관계관리(SRM) 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석세스팩터스 도입이 더 수월하다.
영국 맨체스터시티, 호주 멜버른시티, 미국 뉴욕시티, 일본 요코하마마리노스 등이 포함된 시티풋볼 그룹은 석세스팩터스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인재 관리를 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이 거대 축구 기업은 코치와 백업 스태프의 역량 관리를 석세스팩터스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세계 도시 어디서나 같은 동영상으로 교육하지만 각국의 언어로 맞춤 제공하기 때문에 경험 공유가 쉽다.
리스 CHRO는 한국은 클라우드 기반 HCM의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연공서열 정서가 강해 그동안 HCM의 불모지로 인식됐으나 성과 중심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기업이 늘면서 HCM을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 등 50여 개 한국 기업이 석세스팩터스의 HCM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리스 CHRO는 “한국도 다른 아시아 시장과 마찬가지로 HCM 부문에서 유연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