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끝은 치킨집' 시대… 영화 '록키'를 다시 생각하다

경영학 카페

신산한 삶 살던 실베스터 스탤론
무명복서의 인생 시나리오 집필

영화사, 10만불에 사겠다 제안
스탤론 "나를 주인공으로 쓰고 흥행땐 수익10% 달라" 역제안

당장 만족보다 원하는 일 선택
할리우드 명배우로 성공 가도
대끝치는 ‘대기업의 끝은 치킨집’이라는 뜻으로 자영업자 600만 명을 양산한 서글픈 현실을 빗댄 자조 섞인 신조어다. 자영업 인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2배로, 매일 3000명이 창업하고 매일 2000명이 폐업한다. 무엇이 우리 가장들을 치킨집으로 편의점으로 식당으로 내몰고 있는가. 고개 숙인 가장들에게 꿈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것 자체가 몰상식으로 치부되는 오늘, 록키 이야기는 남다른 시사점을 던져준다.

임신한 아내, 변변한 직업도 없고 통장 잔액은 바닥난 현실. 실베스터 스탤론은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했다. 그러다 무함마드 알리와 척 웨프너의 헤비급 타이틀전 포스터를 보게 된다. 마음도 달랠 겸 그 경기를 구경하던 스탤론은 챔피언 알리와 15회전까지 대등한 시합을 펼친 도전자 웨프너의 투혼에 자신의 꿈이 투영되며 영화 시나리오가 떠올랐다.무명 복서의 인생 이야기 ‘록키’는 이렇게 탄생했다. 제작사에서는 그 시나리오를 사겠다고 했다. 생활고에 허덕였지만 그는 10만달러의 제안을 거절하고 역제안했다. “영화 주인공은 내가 하겠다. 출연료는 필요없다. 이건 ‘나의 이야기(my story)’라서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 대신 성공하면 흥행 수입의 10%를 달라.” 이 무명 배우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의 탈출과 돈은 당장 벌지 못하더라도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훗날을 기약하는 ‘지연된 만족’의 갈림길에서 미친 도박을 선택했다. 그 선택으로 스탤론은 아직도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로 남아 있다.

그는 ‘록키’ 이후 많은 히트작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1976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데뷔작 ‘록키’는 속편 시리즈로 계속 미국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7년에는 ‘록키 발보아’라는 제목으로 록키6까지 세상에 선보였다. 그만큼 흥행되고 있고 미국인에게는 강력하게 던져주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만약 1976년 무명의 영화배우 스탤론의 상황으로 돌아가 영화사 제안대로 10만달러를 받고 사라졌다면 ‘록키’라는 영화와 이 액션 배우는 탄생하지 않았으리라. 눈앞의 돈보다는 진짜 꿈꾸던 일에 승부수를 던졌기에, 자신의 혼과 열정을 믿었기에 이런 기적이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성장으로 인한 근본적인 일자리 부족, 여전히 높은 우리들의 눈높이와 근거 없는 자존심, 지극히 제한적인 숙련된 중·장년층 화이트칼라를 위한 직업군.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가 잠재력과 재능을 너무 깊숙이 방치한 결과 ‘대끝치’ 대란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개인도 회사도 사회도 편견을 깨부수고 진정 우리가 필요한 것을 재발견하는 데 너무 소홀했다. 이런 우리들의 뒷모습은 고스란히 다음 세대에 대물림되고 결국 우리는 열정과 야성이 사라진 사회에서 살면서 ‘대끝치 시리즈’의 다음 주인공이 될 스토리 없이 스펙만 쌓는 청년들을 양산하는 듯하다.
우리는 이제 직장에서 조직과 함께 개인의 성장과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일을 굳이 더 이상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 수많은 선진 기업이 외치는 가치관 경영은 결국 조직의 가치관과 개인 가치관의 접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회사의 비전이 개인의 꿈이 되고 회사의 핵심 가치가 개인 삶의 지표의 한 부분이 되는 시대, 자신의 직무를 통해 인생 후반전을 연습해볼 수 있는 그런 무대가 열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한준기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