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동구릉, 태조 이성계 모신 조선 최대 왕릉… 풍수지리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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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D3
가을엔 역사 속으로경기 구리시에 있는 동구릉(東九陵)은 조선 왕릉 중 최대 규모다. 동구릉이란 도성 동쪽에 있는 9개의 무덤이란 의미로, 무덤이 생길 때마다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 철종 6년(1855) 수릉이 옮겨진 뒤 동구릉으로 굳어졌다. 태조가 죽은 뒤 하륜(河崙)이 이곳을 무덤지역으로 정했다. 400여 년에 걸쳐 왕릉이 자리잡았다는 사실에서 동구릉의 지세가 풍수지리설에 의한 명당임을 알려준다.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제5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현릉, 제14대 선조·의인왕후 박씨·인목왕후 김씨의 목릉, 제16대 인조와 계비 장렬왕후 조씨의 휘릉, 제18대 현종과 명성왕후 김씨의 숭릉, 제20대 경종과 원비 단의왕후 심씨의 혜릉이 있다. 또 제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의 원릉, 효명세자로 잘 알려진 추존 문조익황제와 신정익황후 조씨의 수릉, 제24대 헌종성황제와 효현성황후 김씨, 효정성황후 홍씨의 경릉 등이 모두 모여 있다.동구릉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왕릉이 변화하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무덤을 만들 때 각 무덤에 따른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재실을 지었다고 하나 현재 각 무덤에 재실은 없고, 9개 무덤을 하나의 경계지역으로 해 구릉 남쪽에 재실이 있다.
전체적인 모습은 중앙 북쪽의 건원릉을 중심으로 동쪽에 3개, 서쪽에 5개의 무덤을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다.
건원릉은 조선 왕릉 제도의 표본이다. 고려 공민왕의 현릉(玄陵) 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고려 왕릉에는 없던 곡장(무덤 주변의 낮은 담)을 봉분 주위에 두르는 등 세부적으로 석물의 조형과 배치 면에서 일정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