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령 도시·좀비 기업… 中경제 곳곳 '부채 폭탄'

빚의 만리장성

디니 맥마흔 지음 /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 368쪽│1만6800원
랴오닝성의 톄링은 중국 동북지방에 있는 인구 약 50만 명의 중소 도시다. 과거에는 탄광과 제철소가 몇 개 있었지만 도시 경제는 주로 옥수수 콩 땅콩을 기르는 농업이 기반이었다. 2005년 톄링시장은 톄링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도시 서남쪽 15㎞ 지점에 쌍둥이 도시인 톄링신도시를 착공했다. 약 10년 만에 완공된 신도시에는 고층 아파트 단지와 대형 쇼핑몰, 시청사가 들어섰다. 그러나 청사 공무원 말고는 도시의 거리엔 사람이 없었다. 상가는 텅텅 비었고 아파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지방 정부의 오판으로 태어난 톄링신도시는 ‘유령 도시’가 됐다.

중국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이런 유령 도시가 50개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런 도시가 대부분 지방정부의 빚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톄링은 2015년 70억위안(약 1조1428억원)의 빚을 졌다. 대규모 도시 개발에 나선 중국 지방정부의 총부채는 2008년 말 5조6000억위안(약 914조원)이었다. 8년 뒤 2016년 말에는 16조2000억위안(약 2경646조원)으로 3배로 불었다.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중국 경제 싱크탱크의 디니 맥마흔 연구원은 《빚의 만리장성》에서 중국의 기적 같은 성장을 떠받치는 부채의 실상을 전한다. 맥마흔은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뉴스와이어의 특파원으로 10여 년간 중국에서 근무했다. 저자는 텅 빈 고층 아파트에 둘러싸인 도시와 돌아가지 않는 공장들을 묘사한다. 중국의 기적적인 성장기는 끝났고 이제 중국은 부채의 저주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부채 누적 속도는 현대사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200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160%에 불과했다. 이후 중국의 부채는 12조달러(약 1경3425조원) 이상 증가했다. 저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또 찾아온다면 중국의 성장이 ‘급속한 신용 팽창’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수많은 좀비 상태의 국영기업도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위험 요소다. 중국 국영기업은 15만 개 이상으로 전체 경제 생산량의 25%, 도시 일자리의 20%를 차지한다. 2015년 말 기준 중국 기업들은 경제 규모의 163%에 달하는 채무를 지고 있다. 한국(105%) 미국(71%) 독일(52%) 등보다 높은 수치다. 문제는 부채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창출하지도 못하고 계속 대출을 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좀비 국영기업’이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3500개의 좀비 국영기업이 있음을 확인했다.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국영기업과 달리 민간기업들은 그림자 금융에 의존한다. 그림자 금융이란 투신, 보험, 증권, 머니마켓펀드(MMF), 개인 간 거래(P2P) 등 은행 시스템 이외의 다양한 대출을 의미한다. 2016년 중국의 그림자 금융 자산은 8조달러(약 8948조원)로 대형 은행 대출의 절반에 달했다. 리스크는 대출 규모가 아니라 그림자 금융이 성장해온 속도에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2014년 GDP의 40%이던 그림자 금융의 신용 창출 규모가 2016년 중반에는 2배로 늘어 80%를 차지했다.

저자는 이런 빚잔치로 인한 파국이 언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지, 또는 그 모습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문제를 뒤로 미룰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문제는 커지고 어느 순간에는 전혀 미루지 못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