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사람 없고 가격까지 올라 죽을 맛"… 전통시장 상인들 한숨

서산동부시장 상인 "예전엔 알바생까지 썼는데…갈수록 경기 안 좋아 걱정"
"해마다 이맘때면 제사용품을 사려는 사람들의 어깨가 부딪혀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0일 오후 싱싱한 서해산 수산물 등을 취급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충남 서산시 동문동 소재 재래시장인 동부시장.
시장 입구에 상인 명의로 걸린 '행복한 추석 명절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란 플래카드가 무색할 정도로 한가했다.시장 입구에서 작은 과일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폭염에 과일값이 오른 데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물건도 안 팔리고 죽을 맛"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좌판에 놓인 포도 두 송이에는 5천원, 사과 중품 10㎏짜리에는 3만원이란 가격표가 붙어 있다.

이 상인은 "작년에는 포도 4∼5송이가 올라갔는데, 올해는 폭염 등으로 사과나 각종 과일 농사가 잘 안돼 값이 많이 올랐다"며 "찾는 사람도 없는 데다 가격까지 오르다보니 고객들은 살펴만 보고 뒤돌아서는 게 대부분"이라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수산물 코너의 한 도매상은 "예년 같으면 지금 전국 각지로 보낼 택배 포장에 바쁠 시기인데 올해는 물량이 절반 정도 줄었다"며 "내일모레까지 기다려 보겠지만 별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건어물상은 "예전에는 추석을 앞두고 일당을 주면서 알바생까지 썼는데 지금은 손님이 많이 줄어 가족끼리 돌아가면서 가게에 나와 있다"며 "갈수록 명절 경기가 안 좋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명절 때 가족끼리 먹을 수산물을 사러 왔다는 한 시민은 "자연산 대하를 사러 왔는데 ㎏당 8만원이 넘는 데다 물량도 거의 없어 포기하고 대신 외국산 대하를 조금 샀다"며 "몇 군데 둘러봤는데 품질이 좋은 과일은 가격이 많이 올라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고 아쉬워했다.김경동 동부시장 상인회장은 "쇼핑 환경이 변화하는 데 맞춰 50대 이상이 88%에 달하는 상인의 세대교체와 시민이 쉴 곳과 주차장 확보 등 시장 현대화 방안을 시의 협조를 받아 추진하고 있다"며 "서해안 재래시장을 대표하는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상인 모두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부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을 만난 맹정호 서산시장은 "경제가 어려운 데도 열심히 사는 분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시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