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소통'에 꽂힌 모나미

합정동에 'M 커뮤니케이션센터'
이색제품 전시, 문화강좌도 열어
문구기업 모나미가 지난달 서울 합정동에 ‘M 커뮤니케이션센터(MCC)’(사진)를 열었다. 이곳에는 300원짜리 ‘153 볼펜’도 정교한 조형물처럼 전시돼 있다. 손수 깎은 나무 받침대 위에 볼펜을 진열한 게 눈길을 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제작한 200만원대 볼펜 ‘피셔맨’도 만날 수 있다. 하루 방문객은 100명이 넘는다. 다음달부터 캘리그라피 작가 등을 초청한 고객행사도 열 계획이다. 회사 측은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제품을 고급화하면서도 생활친숙형 브랜드가 되겠다는 모나미의 욕심이 녹아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모나미가 이미지 ‘변신’에 나선 건 2014년부터다. 당시 153 볼펜을 고급화해 내놓은 2만원대 제품 1만 개가 순식간에 판매됐다. 기존 볼펜과 같은 디자인에 촉과 잉크를 고급화하고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금속으로 바꾼 제품이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1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관심을 끌었다. 신동호 마케팅부장은 “저가가 아닌 제품도 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모나미가 지닌 브랜드 가치를 돌아보게 됐다는 얘기다.이후 자신감을 얻은 모나미는 컨셉스토어를 차례로 열었다. 2015년 서울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해 2016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점,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점 등을 잇달아 개점했다. 지난해에는 용인시 모나미 본사 1층에 컨셉스토어 ‘스토리연구소’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모나미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학생 수 10명 내외의 예약제로 운영하는 소규모 강좌이지만 작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600여 명이 다녀갔다. 물감 없이 모나미 프러스펜을 이용해 수채화를 그리는 강좌가 가장 관심이 높았다. 소비자가 모나미 제품을 단순 필기구를 넘어 창작활동에 쓰는 도구로 인식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모나미는 필기구와 함께 경쟁사가 내놓지 않은 이색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유리그릇 위에 쓸 수 있는 마커, 화장실 타일 마커 등이 대표적이다. 까끌까끌한 화분 위는 물론 물에 젖은 스티로폼 위에 쓸 수 있는 특수 마커도 내놨다. 신 부장은 “고급 브랜드도 좋지만 ‘한국인의 일상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친숙한 문구’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