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백두산 관광시대 곧 올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측·해외동포 더 많이 와야"

평양 남북정상회담
백두산 '깜짝 친교행사'

삼지연공항서 車로 장군봉 이동
케이블카 타고 천지 도착
이설주 "전설 많은 백두산에
두 분 오셔서 또 다른 전설 생겨"

문 대통령 "제가 이번에 새 역사 좀 썼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하고"

김정숙 여사, 백두산行 준비한 듯
"한라산 물 갖고 왔습니다"
< 백두·한라 ‘합수’ >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일 백두산에서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백두산공동사진취재단=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2박3일간 이어진 남북한 평양 정상회담의 마지막을 장식한 백두산 등반에서 정상인 장군봉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이처럼 소회를 밝혔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는 20일 왕복 780㎞를 비행기로 이동해 ‘제2 도보다리 밀담’을 백두산 천지에서 재연했다. 평양에서 열린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백두산 천지 대화’로 마무리됐다. 문 대통령은 연내 서울 방문을 약속한 김정은에게 “어제와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한라산 방문으로) 답해야겠다”고 했다.◆문 대통령 “백두산 등반 소원 이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군봉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을 오른 김정은에게 “반드시 나는 중국이 아닌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고 다짐했다”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져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했다. 김정은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 한다”며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다”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오전 6시39분께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출발한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의 환송을 받으며 순안공항으로 향했다. 공군 2호기를 이용해 53분 만에 삼지연공항에 다다랐다. 김정은이 미리 도착해 문 대통령을 영접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내외는 각각 다른 차로 장군봉으로 이동했다. 이동 도중 백두산행 열차가 오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 들렀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한 시간가량 달린 차량은 오전 9시33분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이설주는 “백두산에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다.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하고…”라고 답하기도 했다.
◆‘깜짝 등반’이라더니…

약 40분 동안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한 문 대통령은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손이라도 담가 보고 싶다”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문 대통령을 수행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김정은에게 “이번에 서울 답방을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와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호응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도 “한라산 정상에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헬기 패드(이착륙장)를 만들겠다”고 거들었다. 이설주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며 방문 의사를 밝혔다.김정숙 여사는 직접 가져온 한라산 물과 백두산 천지물을 합수했다. 김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갖고 왔다”며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준비해온 생수병에 담긴 한라산 물을 천지에 조금 부었다. 무릎을 굽혀 앉은 문 대통령은 직접 천지에 손을 담가 물을 뜬 뒤 한라의 물이 담긴 생수병에 천지 물을 옮겨 담았다.

하지만 합수를 위해 가져온 한라산 물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백두산 등반은 김정은이 평양에서 깜짝 제안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9일 평양 현지 브리핑에서 “(백두산 일정은) 어제 오늘 사이의 일”이라며 김정은이 즉흥 제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백두산공동취재단/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