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 먹다가 기도 막히면 119신고하고 바로 '하임리히법' 처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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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명절 연휴가 되면 평소 하지 않던 야외활동을 하거나 먹지 않던 음식을 먹다 탈이 나 병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추석 연휴 3일 동안 74만 명이 병원 외래 진료를 받았다. 중장년층은 평일보다 병원을 덜 찾았지만 30대 이하 젊은 층의 병원 방문이 늘었다. 9세 이하 어린이의 외래 점유율은 29.3%로, 연간 외래 점유율 11.7%보다 2.5배 더 높았다.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추석 연휴 동안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추석에 병원 방문이 늘어나는 질환과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추석 연휴 응급 질환 대처법
벌에 쏘였을때
벌침 남았다면 카드 등으로
밀어서 빠지게 하고 찬물로 찜질
통증·부기 하루 넘어가면 병원을
뱀에 물렸을때
물린 부위 심장보다 아래 향하게
환자에게 음식물 주면 위험
찬물·알코올은 독 더 퍼질 수 있어
장염·두드러기·식중독 조심을
고칼로리 기름진 음식 과식땐
소화불량·위경련 나타날 수도
고기·어패류 충분히 익혀 먹어야
벌 등에 쏘여 병원 찾는 환자 늘어추석 연휴에는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질환이 평소와 다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동안 독이 있는 곤충에 쏘인 환자가 가장 많이 늘었다. ‘독액성 동물 접촉의 독성효과’로 분류된 이들 환자는 2202명으로, 추석 연휴 기간 하루 평균 환자가 평소보다 2.7배 높았다. 50대가 538명(24.4%)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415명(18.8%), 60대 280명(12.7%) 순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벌초나 성묘를 갔다가 벌 등 곤충에게 해를 입은 환자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벌초나 성묘를 위해 야외 활동을 할 때는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고 향이 강한 로션, 향수 등의 사용은 자제하는 게 좋다. 풀숲에 앉거나 눕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법을 알아두는 것도 도움된다. 벌에 쏘이면 쏘인 자리가 아프고 붓는다. 벌독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은 대부분 아프고 붓는 정도로 끝나지만 알레르기가 있으면 쇼크 상태에 빠져 사망할 위험도 있다. 벌에 쏘인 뒤 저혈압, 의식불명, 발작, 호흡곤란, 복통 등의 증상이 생기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벌침을 제거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 벌침이 남았다면 플라스틱 카드 등으로 밀어서 빠지게 해야 한다. 핀셋 등으로 벌침을 직접 집으면 독이 혈관 속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다. 삼가야 한다.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찬물로 찜질하고 벌에 쏘인 부위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다. 통증과 부기가 하루 넘게 계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밝은 원색 계열의 옷은 벌을 끌어들일 수 있다. 벌이 있을 만한 곳에 갈 때는 입지 않는 것이 좋다. 홍승우 대전선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벌이 가까이 접근했을 때는 벌이 놀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조심스럽게 피하는 것이 좋다”며 “낮은 자세가 도움된다”고 했다.뱀 물린 부위 얼음이나 알코올 소독 피해야
뱀에 물린 뒤 흥분하거나 움직이면 독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다. 독이 퍼지는 것을 막으려면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를 향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에게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을 주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물린 부위가 붓고 아프거나 독성 증상이 나타나면 물린 부위에서 심장 쪽으로 5~10㎝ 정도 떨어진 부위를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 등으로 묶어 독이 퍼지는 것을 늦춰야 한다. 이때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꽉 조이면 오히려 상처 부위가 괴사할 수 있다. 손가락이 하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느슨하게 묶는 것이 좋다.뱀에 물린 부위는 미지근한 물이나 식염수로 씻는 것이 좋다. 얼음이나 찬물, 알코올은 뱀독을 더 퍼뜨릴 수 있다. 피해야 한다. 벌초를 할 때는 굽이 두꺼운 등산화를 신어 뱀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기도에 이물질이 들어가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지난해 추석연휴에 이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1174명이었다. 9세 이하 어린이가 316명(26.9%)으로 가장 많았다. 떡이나 고기 등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면 기도가 폐쇄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기도가 막혀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의식을 잃었다면 바로 119에 신고하고 기도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내는 하임리히법을 시행해야 한다.
하임리히법을 이용하려면 먼저 환자를 뒤에서 양팔로 안는다. 한손은 주먹을 쥐고 다른 한손은 주먹 쥔 손을 감싼 자세로 주먹을 환자 명치와 배꼽 중간 지점에 댄다. 이후 뒤쪽 위로 밀쳐 올려 기도를 막고 있는 음식이 나오도록 한다.장염·두드러기 예방 위해 음식 조심
추석 연휴에는 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지난해 추석에는 2만6896명이 장염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9세 이하 어린이가 8482명(31.5%)으로 가장 많았다. 명절에는 음식을 한꺼번에 만든 뒤 꺼내 먹는 일이 많아 장염에 걸릴 위험이 높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것도 장염의 원인이 된다. 장염과 함께 추석 연휴에 환자가 늘어나는 질환은 두드러기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1만6798명이 두드러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9세 이하 어린이 환자가 4560명(27.1%)으로 가장 많았다. 음식을 잘못 먹은 뒤 알레르기 증상의 하나로 두드러기를 많이 호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병무 세란병원 내과 과장은 “명절 기간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는 기름진 음식”이라며 “전이나 갈비찜과 같은 명절 음식은 대부분 고칼로리의 기름진 음식인 데다 모임이 많아 평소보다 과식하거나 음식을 먹는 속도가 빨라져 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이유로 가벼운 소화불량이나 위경련 등의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명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하다 보면 보관에 소홀해질 수 있다.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기 어렵다 보니 식중독이나 장염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겨울에 명절을 지내는 설과 달리 추석은 가을에 지내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비교적 크다. 한낮 기온이 높아지면 상온에 보관한 음식은 쉽게 상할 수 있다.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 높아진다.
이 과장은 “명절 기간 나타나는 소화기 계통 증상은 명절 증후군의 하나로 개인의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며 “여러 음식을 먹어야 한다면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고 과식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과일과 채소는 잘 씻어서 먹고 고기, 어패류 등은 충분히 익혀서 먹는 등 식중독이나 장염 예방에 신경 써야 한다. 그는 “외출한 뒤나 화장실을 이용한 후에는 깨끗하게 손을 씻어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면 연휴에 문을 여는 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bluesky@hankyung.com
도움말=홍승우 대전선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이병무 세란병원 내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