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그것이 알고싶다' 실화 영화 '암수살인' 상영금지 가처분 받아들여질까

'암수살인' 유족 동의 없었다..상영금지가처분 신청
"배려 부족, 죄송합니다"…'암수살인' 제작사, 유가족에 사과
영화 '암수살인'
개봉을 앞둔 영화 '암수살인' 제작사가 유족으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았다.

영화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감옥에서 온 퍼즐'에서 소개된 암수살인을 토대로 김태균 감독이 5년여 간의 취재 끝에 영화화 했다.하지만 개봉을 앞둘 때까지 감독이나 제작사 측이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유족 측은 2007년 사건이 영화에서는 2012년으로 바뀌었을 뿐 원래 사건과 똑같이 묘사한데다 유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피해자 여동생은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영화 때문에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유족 측 법률대리인 유앤아이파트너스 정재기 변호사는 21일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전혀 양해를 구하거나 연락이 없었다"며 "홍보 영상을 보고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에 내용증명을 보냈고, 그 쪽에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해 오면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유족들은 그 사건으로 굉장히 큰 상처를 입고, 트라우마가 있어서 영화를 다시 보기 힘든 상태"라며 "이전까지 가처분신청 사례를 봤을 때 받아들여지기 힘든 걸 알면서도 신청서를 접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암수살인'
이에 '암수살인' 제작사 필름295 측은 "영화가 모티브로 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 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화는 공식적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채 잊혀가는 범죄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는 형사의 집념과 소명감을 그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작됐다"며 "특정 피해자를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들이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제거하고 최대한 각색했다. 하지만 유족들에게 사전에 배려있게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사죄한다"고 말했다.

'암수살인' 이전에도 영화 ‘김광석’, ‘미투-숨겨진 진실’, ‘곤지암’ 등에 대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개봉한 ‘김광석’은 故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다룬 영화로 부인 서해순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했다. 자신을 고인의 타살 유력 용의자로 단정 짓고, 딸마저 죽였다는 의혹을 제기한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 2월에 이어 6월 열린 항고 모두 기각됐다.‘미투-숨겨진 진실’은 ‘미투’라는 제목만 붙었을 뿐, 다분히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낸 8개 단체는 미투 정신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부터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곤지암’은 곤지암 정신병원 건물 소유주가 괴담 확산 때문에 건물 매각에 차질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소유주 개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니므로 소유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암수살인' 제작사는 "늦었지만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 분들과 충분한 소통을 거치겠으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암수살인' 영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법을 잘 알지 못하는 '법알못'을 위해 조기현 변호사가 법 조항을 찾아봤다.

조 변호사는 "본 사안에서 가처분신청인인 유족측은 인격권, 명예권, 프라이버시권 등의 피보전권리(가처분신청을 통하여 보호되어야할 권리)를 주장하여 가처분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실제 범죄에서 ‘모티브’를 따서 영화화 했다 하더라도 관객들이 실제 범죄의 피해자 등을 특정할 수 없다면, 가처분신청인이 주장하는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아서 가처분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아울러 "또한 제작사측 역시 헌법이 강력하게 보장하는 표현・예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바, 침해소지가 분명치 않은 피보전권리를 위하여 표현・예술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헌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유족 측 주장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