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법정관리' STX重 매각 막판 진통, 8 대 1 감자에 소액주주들 반발

파인트리로 매각 내달 12일 결정
변경회생계획안 법원에 제출
소액주주들 "형평성 깨졌다" 분통

상당수 손실 떠안는 대주주 産銀
파인트리-소액주주 사이서 '난감'
▶마켓인사이트 9월21일 오전 3시25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STX중공업의 매각 작업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로의 매각 여부를 결정하는 다음달 12일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제출된 변경회생계획안에 담긴 8 대 1 무상감자안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매각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8 대 1 감자에 소액주주 반발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이 지난 10일 서울회생법원에 낸 변경회생계획안을 두고 소액주주와 파인트리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 안에 담긴 구주 8 대 1 감자안을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법원과 산은,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이번 안의 핵심은 △비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한 금융회사 담보채권 상환 △기존 주식 8 대 1 감자와 파인트리로 대상 신주 유상증자 등 두 가지다. 소액주주들은 감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회생 인수합병(M&A)이 이뤄진 2015년 팬오션과 2017년 동부건설의 감자 비율이 각각 1.25 대 1과 1.3 대 1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경영난으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의 인수자가 기존 주주들에게 무상감자를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이다. 인수 후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최소 6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구주 감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자 비율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한 법정관리전문 회계사는 “업종과 자산 구성 등이 다르기 때문에 STX중공업과 과거 팬오션, 동부건설 등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도 “소액주주에게 8 대 1 감자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STX중공업의 전반적인 사정을 감안하면 무리한 회생계획안은 아니다”고 했다.

◆공은 산은으로

STX중공업 지분 34.49%를 보유한 산은 또한 이번 계획안에 대해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회생계획안”이란 의견을 내놔 다음달 12일 예정된 관계인집회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인 회생기업과 달리 STX중공업은 부채보다 자산이 많아 주주들에게도 관계인집회에서의결권이 주어진다. 최대주주 산은의 결정이 회생계획안 통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다.회생계획안은 △회생담보권의 75% △회생채권의 66.67% 이상 동의를 얻으면 통과된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변경회생계획안이 제시된 시점에 회생기업의 순자산이 있는 경우 관계인집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의 50%(주식총수 기준)가 회생계획안에 찬성해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된다. STX중공업은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63.36%에 달하지만 직접 참석해야 하는 관계인집회에서 한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감자에 따른 손실도 있지만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못했을 때의 후폭풍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TX중공업의 새 주인을 찾아주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산은의 오랜 과제다. 회생계획안이 불발되면 산은이 보유한 채권 회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산은 관계자는 “STX중공업 지분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이미 충분히 쌓았지만 감자안이 통과되면 예상한 것 이상의 손실이 날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4년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산은 등 채권단이 관리했던 STX중공업은 선박·플랜트용 엔진과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다. 2016년 8월 회생절차가 시작된 뒤 한 차례 매각 실패를 겪었다가 지난 2월 인수자를 찾았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엔진기자재사업부를 977억원에, 글로벌세아가 플랜트사업부를 161억원에 사들이는 사업부 분할 매각이 성사됐다. 7월 STX중공업의 플랜트사업부를 글로벌세아에 매각하는 절차는 끝났다. 이번 매각은 엔진기자재사업부 건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