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 '명당' 지성 "스크린에선 신인배우 마음가짐 가지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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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당' 흥선 역 지성배우 지성을 만났다. 이미 조승우, 김성균, 유재명 등 영화 '명당' 출연진은 일주일 전에 인터뷰 스케줄을 마쳤지만 지성은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촬영으로 개봉하고 이틀이 지난 후인 20일부터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MBC '킬미, 힐미', SBS '피고인' 그리고 최신작 '아는 와이프'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과 작품성으로 '대상' 배우로 인정 받는 지성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활약은 많지 않았다. 2014년 '좋은 친구들' 이후 4년 만에 영화를 내놓은 지성은 "영화 홍보엔 도움이 전혀 안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100만 넘는 영화 출연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명당'에서 상갓집 개에서 땅의 기운을 빌려 왕권을 되찾으려는 욕망의 화신 흥선으로 분한 지성은 광기어린 연기로 극을 이끌어갔다. 하지만 지성은 "영화 연기는 아직 낯설다"며 "신인 배우가 된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과 "이보영 씨 옆자리가 제 명당"이라는 발언으로 애처가의 면모를 동시에 선보였다. ▶ '아는 와이프' 촬영은 다 마친 건가.
지난 18일 아침에 촬영을 모두 마쳐서 아이와 아내(이보영 분)과 시간을 보내고 푹 자고 왔다. 지금 컨디션은 굉장히 좋다. ▶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동료들의 인터뷰 기사를 봤을 텐데, 느낌이 어떻던가.
(조)승우가 저에게 '손흥민'이라고 말해준 게 기억이 난다. 전 승우가 관상과 역할로 큰 아름드리나무처럼 극의 중심을 잡고, 저는 그 옆을 지나가는 나그네 정도로 생각했다. 승우가 저를 공격수라고 해석해줘서 '그것도 괜찮네' 했던 것 같다.(웃음)
▶ 개봉 후 스코어를 보니 어떤가. 제가 영화를 많이 하진 않아서 잘 모른다. 아직 영화를 찍고 나면 신인 같다. 새롭고, 신기하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영화 홍보엔 도움이 전혀 안될 거 같긴 한데, 100만이 넘는 영화를 해봤으면 좋겠다.
▶ 1000만이 아니라 100만인가.
그러니까 제 개인적인 소망이다.(웃음) 홍보에 방해가 되는 건가. 영화와 TV는 경험하는 것도, 작업을 하며 느끼는 행복감도 다른 것 같다. 그리고 두려움의 부분도 다르다. TV라는 매체에서는 20년 동안 해 오면서 많은 걸 느꼈고, 어려움이 있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이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도 조금은 알겠다. 그런데 영화는 모르겠다. ▶ 그런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촬영할 땐 제 연기가 영상에 어떻게 담길지, 어떤 영향을 끼치고 묻어날 지 감이 없었다. 누가 되질 않길 바랐고, 인간 지성의 모습을 빼고, 완전히 새로운 흥선을 찾고 싶었다. 전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후천적인 노력으로 지금까지 왔다. 촬영 현장에서 즐기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러지 못했다. 영화를 보니 더 그렇다.
▶ 그동안 영화를 안 한 이유가 있는 건가.
솔직하게 말해 영화에선 저를 많이 안 불러 주셨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 TV에서 출연하기로 한 작품들이 있어서 무리하게 소진하고 싶진 않았다. 좋은 작품이 들어왔을 때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제가 나이가 있어서, 할 수 있을 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나이 말이 나왔는데, 조승우 씨가 '지성 형이 몸관리를 정말 잘했다'고 말하더라. 형인데도 액션을 거침없이 소화했다고.
저는 지유 아빠이지 않나. 늦게 자식을 낳고, 아빠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향후 20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 제 딸이 크고 결혼할 즈음에 제가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몸 관리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명당' 같은 영화를 액션을 준비해야 할 때 제가 단기간에 따라 붙을 수 있을까 싶어서 개인적으로 액션 수업을 계속 받아왔다. 말타기, 칼 쓰기 등은 미리 준비가 돼 있어서 이번에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 아이는 부모님이 배우라는 걸 인지하고 있나.
그런거 같다. 영상통화를 할 때 보면 사람들한테 '여기 와서 아빠 보세요' 하면서 같이 봐주길 바란다. 액션 수업을 집에서 받는데, 요즘은 같이 따라서 발차기도 하고 한다. 달리기도 잘하고, 더 쾌활해지는 거 같다.
▶ 작품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나.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명당' 마지막 촬영이 아침 8시에 끝났는데 집에 올라오는 길에 차에서 자고, 오후 2시에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시켜 같이 여행을 떠났다. 그때 와이프가 tvN '마더' 촬영 중이라 저희 둘만 갔다. 안 그러면 안 될 거 같았다. 작품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소진했다고 혼자 쉬려 시간을 가지면 한도 끝도 없는 거 같더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가지면 어느새 제 자리로 돌아오는 거 같다.
▶ 개인적인 시간은 없나?
없는 것 같다. 하루를 쉬어도 아이와 함께 하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같이 보낸다. 1년간 내가 뭘 했나 싶으면 없다.(웃음)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당연히 못만난다. 가족이 먼저다.
▶ 지성에게 이보영이란?
제가 정말 힘들었을 때 만났다. 어릴 땐 저는 제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먼저였다. 부모님, 동생, 그래서 제 자신을 사랑하고 아낀 적이 없었다. 그 사람에게 고마운 건 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거다.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 그러고 나서 연기도 달라진 거 같다.
▶ 결혼을 앞둔 유재명 씨에게 촬영하면서 조언은 없었나.
'빨리 하라', '하면 좋다', '남자는 빨리 결혼해야한다' 이런 말들을 했다. 승우는, 결혼이 아직 먼 얘기 같더라. 군대 안 간 사람에게 군대 얘기가 안되듯, 승우에겐 결혼 얘기가 관심 없는 주제 같았다.
▶ 아빠가 된 후 작품 선택 기준이 달라졌나.
확실히 가족애가 담긴 시나리오, 대본에 눈길이 간다. 배우로서 감성도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명당'에선 가족애가 없는데…
사는 사람이야기라고 봤다. 권력, 역사, 이야기 이걸 다 떠나서 사람의 욕망을 진솔하게 다룬 거 같아 흥미가 갔다. 무엇보다 흥선이 젊지 않나. 이전까지 나온 작품 속 흥선과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 우리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시기가 있지 않았나. 그런게 통했다. 사회가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아직 차기작이 정해지지 않았다. 앞으로 계획도 가족과 함께인가.당분간은 그럴 것 같다. 이야기를 나눈 작품들이 있어서 그것도 정리하고. 최대한 보영이 출산 시기에 맞추고 싶다. 첫째를 낳고, 육아를 해보면서 느낀 건데 100일이 정말 힘들더라. 그때 제가 일을 하고, 와이프 혼자 애를 보는 게 상상이 안간다. 그 시기엔 집에 있으려고 한다. 작품을 하게 되더라도 '스케줄을 좀 빼주셨으면'하고 부탁드려야 할 것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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