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망에 박하던 독일언론, 잇단 남북회담후 희망적 시선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시만해도 "친절한 미소 짓지 말아야"
평양공동선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화답 촉구
잇따른 남북 정상회담 등 올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놓고 독일 언론의 시선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독일 언론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평화의 열쇠인 비핵화 문제에 초점에 맞춰 보도를 해왔다.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강한 제재를 요구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면서 일말의 신뢰도 남겨두지 않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독일 정부도 북한에 대한 강한 제재를 주장해왔고, 남북 화해 국면에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신중해 하는 기류를 보여왔다.

독일 언론은 지난 3월 남북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을 당시만 해도 회의적인 전망이 상당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트 루튼샤우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인간을 경멸하는 김정은 같은 독재자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량을 베풀고 있는 것으로, 정상회담 대북 특사를 대할 때처럼 친절한 미소를 짓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또한,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와 관련해 너무 일찍 국제사회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핵무장을 포기한 뒤에야 다시 교역할 수 있다"라며 "문 대통령은 김 국무위원장이 핵 개발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인 3월 12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발을 구르며 함정 속으로'라는 기사에서 조급한 회담 수락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재자에게 승리를 안겨준다"고 지적했다.독일 언론에서는 4·27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에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러나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정상회담 다음 날 '작은 걸음, 큰 제스처'라는 기사에서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의 비핵화도 포함되었지만, 비핵화가 한반도에 해당하는지 확실치 않으며 군비 축소에서도 ('검증이 가능한'이라는) 중요한 표현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남북 정상회담의 놀라운 선언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노선을 알 수가 없다.

김 국무위원장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지에 대한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라며 "김 국무위원장이 실제로 경제 개혁을 통해 북한의 장기적인 성장을 이루려는지, 아니면 대북 제재 완화로 급전을 얻으려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미치광이에 뚱뚱이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던 김 국무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편안하고 신중하며 유머 있고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표현해 김 국무위원장에 대해 갖고 있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독일 언론은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여전히 미심쩍은 시선을 보여줬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도 "중요한 첫걸음을 뗐지만, 신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란 핵 합의에서 증명됐듯 악마는 합의 사항의 디테일에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북미 정상 간의 공동성명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면서 "문서에는 (핵 폐기)일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평양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독일 언론에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끌고 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높은 평가가 나왔다.

도이체벨레는 "(영변 핵시설의 폐기 제안에) 상응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북한은 이미 언급했고 이제 공은 상대편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김 국무위원장은 북한의 '안전'이 위태로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격할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 멋대로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라며 "지금까지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에게 행운을 더 빌어주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 "북한과 독재자 김 국무위원장은 여전히 미국의 기대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만약 한국인들이 평화를 정착시키기로 결정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인들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독일 정부는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직접 관심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독일 총리실과 외무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다만, 외교부 부대변인이 19일이 정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아직 세부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면서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전면 중단에 관심이 있고, 이 점에서 앞으로 며칠, 몇 주간 적어도 이 길을 계속 나아갈 희망이 있다는 신호를 봤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