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뜻한 한가위"… 서울 도심 곳곳 북적

귀경객으로 붐비는 서울역·고속버스터미널, 영화관·쇼핑몰도 '바글바글'
금색 보자기·선물상자·열차표 매진…각양각색 명절 풍경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아 24일 서울 도심 곳곳은 가을을 만끽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고향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서울로 돌아온 사람들, 서울에서 일을 보고 인제야 고향을 찾아가는 사람들로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은 오후에도 인파가 몰렸다.

서울역에서 기차표를 구하려는 줄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지만, 매표소 창구 안에서는 '자리 없어요', '매진이에요'라는 직원의 목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역내에는 식당, 패스트푸드점,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물품보관함 앞까지 줄을 서지 않은 곳이 없었고, 스마트폰을 배 불리려는 시민들로 빈 콘센트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다.기차에서 타고 내리는 시민들은 한 손에 여행용 가방을, 다른 한 손에 황금색 보자기로 감싼 바구니와 선물 박스 등을 바리바리 싸든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 시내에서 차가 너무 막혀 기차를 놓칠뻔한 일도 발생했다.

아들을 만나러 왔다가 구미로 내려가는 김정용(80) 씨는 "서울역으로 오는 길에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표를 다시 끊어줘서 망정이지 집에 못 돌아가는 줄 알았다"며 진땀을 뺐다.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신화영(45) 씨는 고향으로 내려가는 시부모 손에 벌꿀 선물세트를 쥐어 드리며 "애 아빠가 오늘 출장이라 부모님들이 이렇게 올라와 주셨다"며 "원래 우리가 가는 게 맞는데 서울로 오셔서 2박 3일 연휴를 쇠고 오늘 가신다"고 말했다.

문현준(21) 씨는 "고등학생인 동생과 둘이 청주의 외가로 간다"며 "수능을 준비하는 다른 여동생과 여동생을 돌보는 부모님은 서울에 남아 계실 예정"이라면서 동생과 함께 보자기로 싼 과일 상자를 품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오전만 해도 한산하던 서울 시내는 오후 접어들어 붐비기 시작했다.

차를 끌고 시내에 나온 직장인 현 모(30) 씨는 "평소 차를 타면 10분이면 오는 거린데 30분 넘게 걸렸다"며 "추석 당일에는 서울에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차를 갖고 왔다가 낭패를 봤다"고 한숨 쉬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는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3대가 함께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한복을 입은 채 한가위 분위기를 즐기는 연인들로 가득했다.

인근 석촌호수도 주전부리를 먹으며 산책하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려웠다.

친가에도, 외가에도 가지 않고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낸 '호캉스(호텔+바캉스)' 족도 있었다.

김미순(39) 씨는 "그저께는 신라호텔에, 어제는 롯데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아이들과 물놀이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웃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의류매장과 서점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모(55) 씨는 "남편이 내일부터 가게를 봐야 해서 오늘이 가족과 다 같이 보내는 마지막 연휴라 함께 쇼핑하러 왔다"고 말했다.

영화관 앞도 상영시간을 기다리는 가족, 커플, 친구들로 북적였다.

매표소 앞은 물론, 팝콘 매장, 화장실 앞까지 줄이 길게 이어졌다.

아내와 단둘이 영화관을 찾은 한용희(58) 씨는 "오전에 아들과 딸이 와서 차례를 지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며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닌데 연휴 때는 꼭 영화를 보러 오게 되더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차례와 성묘 등 행사로 보내는 대신 여행과 휴식으로 채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 60대 부부는 커플 등산복을 차려입고 "차례나 벌초는 미리 다 해뒀다"며 "우리는 평소 주중에 일해서 이럴 때 말고는 놀러 갈 시간이 없다"며 경주행 열차에 올랐다.보라색 한복을 차려입고 경복궁을 찾은 김연아(71) 씨는 "원래 차례를 지내는데 오늘은 남편 등은 집에 두고 놀러 도망 왔다"며 "송편도 원래 직접 빚는데 이번엔 시장에서 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