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란 말인가"…중국의 '하소연'

"무역협상 美 의지에 달려…목에 칼 대지 말라"
"중미 경제무역 협력은 불가역적 추세"…대화 의지도 강조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확대된 가운데 중국 정부는 25일 양국의 협상 재개 여부는 미국 측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언제 중미 고위급 무역협상이 재개될지는 완전히 미국 측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왕 부부장은 이날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해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진행된 정부 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협상과 담판으로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담판과 협상에 효과가 있으려면 반드시 상대방을 평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그는 "지금 미국이 이렇게 큰 규모의 무역 제한 조처를 한 것은 칼을 들고 다른 이의 목에 댄 격"이라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담판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27∼28일 워싱턴DC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정부가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일정이 취소됐다.

중국이 협상 일정을 취소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 왕 부부장의 발언은 이런 사실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왕 부부장은 미국이 성의를 갖고 협상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해 들어 중국과 미국이 4차례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동성명 도출의 성과를 낸 적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등 미국이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중국은 한편으로는 미국 탓에 대화 판이 깨졌다고 비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미국을 공개적으로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함께 발표자로 나선 푸쯔잉(傅自應) 상무부 국제무역협상대표 겸 부부장은 "경제 글로벌화 추세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고, 미중 경제무역 협력 추세는 불가역적인 것"이라며 "쌍방 간 무역이 평등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미국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푸 부부장은 미국이 문제 삼고 있는 무역 불균형은 상호 비교우위 차이에 의한 국제 분업의 결과물이라면서 미중 경제 협력이 두 나라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산업 사슬에서 미국은 높은 곳에, 중국은 중간이나 밑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은 가공 등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더 많이 하고 미국 기업들은 설계, 부품 공급, 판매 등을 통해 거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고 있지만 실제 이익은 미국 기업들이 더 많이 차지한다는 것이 중국 측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푸 부부장은 중국이 아직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수준에 닿지 못한 '가난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바짝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행동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CNN 기자의 지적에 푸 부부장은 즉답을 피한 채 "국제사회 일부 인사들이 중국을 오해하고 있다"며 "문제는 일부 사람들이 중국 경제를 총량으로만 보려고 하고, 1인당 총량으로 보려 하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에 아직 수천만 명의 빈곤 인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최근 광시좡족자치구 산골에 있는 한 노병의 집을 찾아갔다가 온 식구가 흙바닥 집에서 옥수수죽으로 연명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수중에 있던 몇백위안(수만원)을 건넨 일화까지도 소개했다.

푸 부부장은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하고,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하란 말이냐"며 "중국을 억제한다거나 소위 말하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은 인류 평화적인 발전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한편, 미국 정부가 전날 2천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자 중국은 곧바로 '백서'를 발간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무역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미중 경제 협력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