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미래지도' 그린다… 정부, 산업구조 개편안 연내 발표

조선·車 등 주력산업 뒷걸음질…'잘 나가는' 반도체는 고용 창출력 미약
전통 제조업 경쟁력 높여 지속가능한 경제체질 고민

정책팀 = 정부가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으로 여겨지는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최근 양호한 거시 지표에도 고용 창출력이 낮은 반도체 등 장치산업 의존도가 커지면서 일자리를 포함한 민생 지표로 온기가 좀체 퍼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은 구조조정의 수술대에 올랐지만 중국의 부상 등으로 더는 화려했던 '리즈 시절'의 도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산적한 현안에도 '산업 구조개혁'이라는 과제를 스스로 짊어진 것은 이런 난제 해결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정책국을 중심으로 중장기 산업구조 개편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산업구조 개편은 정부 차원을 넘어서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 대다수 경제주체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광범위한 작업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필요하면 연구용역 등을 거쳐 연내 개편안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각오다.이번 개편 작업에 포함된 주된 과제 하나는 바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다.

한국경제는 반도체·석유화학 등의 수출 호조세로 거시 지표는 양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최고기록을 연이어 경신하는 것이 무색할 만큼, 고용한파는 수년째 이어지며 나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정부는 이런 '괴리'가 중국의 부상, IT(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등 대내외 변수에 한국경제가 적응하고 생존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 성장세를 이끄는 산업은 대부분 노동집약 산업이 아닌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는 자본·장치집약 산업에 편중돼있다.

수출 지표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고용자 수는 1990년 59.9명에서 2014년에는 6.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의 대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절실함도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조선·자동차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당장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추격으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 효자 종목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역시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대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고위기술 제조업 수출 비중은 2000년 35.8%에서 2016년 30.4%로 쪼그라들었으나 중국은 같은 기간 22.4%에서 32.6%로 급상승했다.

중국의 반도체, 트랜지스터 수출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다.

정부는 이번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흔들리는 우리의 대표 주력산업과 스마트시티, 빅데이터 등을 연계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정부가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의도했던 산업구조 개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지다.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지나치게 세질 경우 자칫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력산업 육성이라는 취지의 지원이 자칫 일부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정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정부 관계자는 "최근 양호한 경제지표 속에서도 고용 상황, 미·중 통상마찰 등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산업구조 개편은 이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짚어보는 취지에서 대책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