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퇴진압박·산적한 교육현안… 험로에 놓인 유은혜 부총리 후보

"임명 강행해도 총선 전 '1년짜리 장관' 꼬리표…정책동력도 의문"
인사청문회 직후 진통을 겪었던 유은혜 부총리 후보의 임명이 추석 이후 이뤄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교육계에서는 야당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계속 거부해도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교육현안이 산적한데다 2020년 총선 전까지로 '꼬리표'가 달린 임기 탓에 임명되더라도 유 후보자의 운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野 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시민단체도 사퇴 촉구
26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거부 방침을 밝혔다.위장전입을 비롯해 청문회에서 많은 문제점과 실정법 위반이 지적돼 국민 불신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의원들은 "유 후보자가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 수차례 법 위반으로 교육부총리 자격이 없음이 확인됐다"며 청와대의 부총리 지명 철회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도 유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바른미래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유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 피감기관 건물 입주 의혹, 지방 의원의 사무실 월세 대납 의혹, 후원자 지방 의원 공천 의혹, 우석대 교수 경력 의혹 등에서 볼 수 있듯 도덕성 없는 불감의 삶을 살아왔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교육분야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도 성명을 내고 "청문회에서 유 후보자의 답변을 보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나 교육철학은 없었지만,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 임명된다면 교육부 장관직을 1년 수행하고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점은 알 수 있었다"며 역시 사퇴를 촉구했다.

여당은 야권에서 소모적인 정쟁을 하고 있다며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주장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까지 부정적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보고서 채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다만, 교육계에서는 야권의 반대에도 10월 초께에는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국회가 청문을 마치고 경과보고서를 송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청해 다시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그래도 국회가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국무위원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 임명돼도 교육현안 산적…정책동력은 "글쎄…"

임명된다면 유 후보자는 당장 산적한 교육현안과 마주해야 한다.

먼저 지난달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의 후폭풍이 여전하다.

교육부가 일부 대학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정시모집)을 30%까지 늘리도록 '권고'하기로 하면서 정시 확대를 주장해 온 보수진영과 수능 절대평가를 주장해 온 진보진영 모두 교육부에 비판의 날을 세우는 상황이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추진 일정도 줄줄이 밀렸고, 학교생활기록부 개선 역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부모 반발이 컸던 유치원 영어 방과 후 특별활동 금지와 학교폭력 대처방안도 정책숙려제로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부실·비리대학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역 사립대의 반발이 심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교육 현안 외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인 유 후보자가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경우 임기는 최장 1년 3개월 남짓이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후보자가 되려는 국가공무원의 경우 선거 90일 전까지 공무원직을 그만두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교육부 장관의 임기가 1년 6개월이 안되긴 하지만 처음부터 '나갈 날을 정해 놓은 장관'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상곤 부총리 재임 기간 교육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컸던 점을 고려해 민감한 현안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대입개편과 관련해서는 지난달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을 현장에 잘 안착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 사실상 임기 중 새로운 대입개편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교육계에서는 여론 반발이나 후폭풍 등을 우려해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인액션'(inaction)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김 부총리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개혁을 추진하다가 반발을 불러왔다면, 반대로 유 후보자는 총선 출마나 교육분야 정책 지지도 등을 고려해 이렇다 할 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인액션'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