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년범죄 예방

박상기 < 법무부 장관 >
얼마 전 10년간의 도전 끝에 경찰공무원에 합격한 김모 순경은 소년원 출신이다. 한때 방황하던 김 순경은 소년원 선생님과 자원봉사자의 애정 어린 지도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고, 이제는 경찰관이 돼 소년원에 장학금까지 기부했다. 소년범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논란이 뜨거운 요즘 김 순경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외국의 입법례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인권준칙에서 보듯이 형법과는 별도로 소년범 특성에 맞는 처분을 위한 소년법은 대부분 국가에 존재한다. 물론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소년법 개정은 불가피하지만 처벌과 함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교정교육은 수레의 양 바퀴와 같이 더불어 가야 한다. 함께 살아가야 할 청소년에게 비록 범죄를 저질렀을지라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보여준다면 청소년 개인의 인생이 바뀔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들 것이다.이를 위해 법무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여러 가지 모색을 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가진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2월 소년원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사회의 뜻있는 전문의를 찾아 소년원마다 의료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전체 소년원생의 28% 정도를 차지하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소년의 상담·치료에 이들이 참여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퇴직 교사, 문화예술인, 스포츠인의 재능 기부와 제주도 올레길 트레킹, 국립공원 생태탐방 등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소년원생의 열린 체험교육을 통해 소년원생의 심성 순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청소년 지도에 전문성과 열의를 가진 상담전문가, 대학생 등 민간 자원봉사자 684명을 명예 보호관찰관으로 위촉했다. 현재는 835명의 명예 보호관찰관이 보호관찰 청소년들과 결연을 하고 보호관찰관과 공동으로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1 대 1 결연이 가능한 수준으로 명예 보호관찰관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국가가 독점해온 소년원 운영에 민간이 참여하는 민영소년원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비행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민간의 주도적 참여는 획일적인 소년원의 틀에서 벗어난 참신한 교육 프로그램과 폭넓은 개방처우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정원 대비 116%에 이르는 국영소년원의 과밀 수용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 예방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발장을 바꾼 신부의 따뜻한 마음처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비행청소년의 손을 잡아 준다면 얼마든지 이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