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병 판매 돌파 앞둔 야쿠르트의 비밀

김재후 기자의 입맛 (2) 야쿠르트 이야기
야쿠르트(사진)와 요구르트는 비슷한 이름이지만 완전히 다른 먹거리다. 요구르트는 유산균을 이용해 우유를 발효시켰다. 꾸덕한 식감이다. 주로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야쿠르트는 유산균을 배양시킨 탈지분유에 설탕과 올리고당을 섞어 만든다. 마시는 음료수로 분류된다. 어렸을 적 목욕 후나 간식거리로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65mL짜리 야쿠르트를 받아 단맛을 즐기던 추억은 서양엔 없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야쿠르트는 원래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한 시로타 미노루가 1930년 개발했다. 야쿠르트혼샤(ヤクルト本社·일본야쿠르트)를 1935년 설립해 야쿠르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본래 요구르트를 뜻하는 에스페란토어인 ‘야후르토(jahurto)’를 일본식으로 변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엔 1969년에 들어왔다. 한국야쿠르트유업의 설립 연도다. 1971년부터 생산했다. 당시 한국의 식음료 기술 수준이 낮아 야쿠르트혼샤로부터 기술을 들여오는 대신 투자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회사 이름을 한국야쿠르트유업에서 한국야쿠르트로 바꾼 지금도 야쿠르트혼샤가 2대주주(38%)로 남아 있다. 나머지 주식은 한국야쿠르트유업 설립자인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일가 등이 비빔면으로 유명한 주식회사 팔도 등을 통해 나눠 갖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야쿠르트혼샤는 지분만 있지 한국의 지분이 60%가 넘어 한국야쿠르트는 사실상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며 “몇 차례 지분을 되사겠다고 했지만, 야쿠르트혼샤가 보유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본이 투자할 당시 ‘조건’이 있었다. 야쿠르트를 한국에서만 팔도록 한 것. 한국 외 지역은 야쿠르트혼샤가 아직도 맡고 있다. 한국에선 첫 제품 출시 이후 500억 병(65mL) 판매를 앞두고 있는 베스트셀링 음료라는 게 한국야쿠르트 측 이야기다. 큰 용량 제품과 덜 단맛도 나왔지만 65mL 작은사이즈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라는 영화에 추억의 야쿠르트 제품이 등장한다. 미국인들도 신기했는지 이 음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한국식 요구르트 스무디(Korean Yogurt Smoothie)”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영화에 나온 야쿠르트는 한국에도 있지만 일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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