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앞 '가상의 벽'… 잡생각 밀어내고 '똑바로 샷' 가져오는 묘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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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연휴 잘 보내셨나요. 골프 팬이라면 아마도 추석날 아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연출한 기적 같은 컴백 스토리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즈의 시대는 갔다’는 주변의 절망적 비관과 혼자 침대에서 일어설 수조차 없던 끔찍한 고통을 5년이나 버텨내고 끝내 1인자의 지위를 탈환해냈다는 건, 통산 80승이란 기록만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인간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허리 부상으로 8년여를 고생하다 결국 은퇴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저이기에, 우즈의 부활이 주는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왔습니다.
(12) 굿샷 만드는 이미지 활용법
타이거 우즈의 놀라운 부활도
믿음으로 치유한 '마음의 기적'
'멘탈'이 기술보다 강력한 무기
'머리가 내 앞의 벽에 붙어있다'
머릿속에 그린 뒤 어드레스
피니시 때까지 척추각 잡아줘
공의 방향성 몰라보게 좋아져
"필드에선 기술적 생각 지워라
대신 한가지 목표만 생각하라"
'가상의 벽'이 샷 집중력 키워줘
멘탈, 기술보다 중요한 골프의 핵우즈의 부활은 천재(天才)와 육체적 한계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혹독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전성기를 넘어섰다’는 평까지 나오는 기술은 여러분이 더 잘 아실 테니, 제가 들은 우즈의 천재적 감각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릴까 합니다. 우즈가 미국 스탠퍼드대 골프부에서 활동할 때인데, 당시 클럽 후원사가 드라이버 8개를 똑같이 제작해 우즈에게 가져다줬습니다. 우즈가 3~4번씩 이 클럽을 휘둘러보더니 대뜸 두 개는 도로 가져가라고 그 후원사 직원에게 말하더랍니다. “틀림없이 똑같은 규격의 제품”이라고 항변했지만, 우즈의 고집을 꺾을 수 없던 그는 연구실로 돌아가 그 퇴짜맞은 클럽의 무게를 재보았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눈치채셨겠지만 그 드라이버는 조립 과정에서 실수로 1g가량 더 무겁게 만들어진 거였다고 합니다. 만약 수술받은 허리 부상이 다시 도지지 않는다면 우즈가 그의 일생일대 목표인 메이저 최다승 기록을 머지않아 달성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스승이자 우즈를 10년간 가르친 부치 하먼(미국) 역시 이번 투어챔피언십 우승을 보고는 “최고의 전성기가 이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저는 우즈가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멘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의사들마저 고개를 저었지만, 우즈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집중력입니다. ‘골든 슬래머’ 박인비(30)도 우즈와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 갤러리들이 큰 소리도 떠들어도 그린에만 올라가면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집중력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나’를 ‘통제할 수 있는 나’로 만드는 힘입니다.
가상의 벽 쌓기 ‘똑바로 샷’에 효과‘통제할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건 프로골퍼나 아마추어 주말골퍼 모두에게 숙제입니다. 사실 거창한 숙련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일상적인 골프 라운드에서 활용할 멘탈 기법도 꽤 있습니다. 제가 미국 투어를 뛸 때 많이 썼던 게 ‘가상의 벽 쌓기’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는 겁니다. ‘머리가 내 앞의 벽에 붙어있다. 이 머리를 회전축으로 고정해 회전한다’라고요. 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린 뒤 어드레스를 합니다. 그다음 머리가 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스윙하자는 목표를 세웁니다. 그리고는 평소처럼 스윙을 합니다. 피니시할 때까지 머리가 벽에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물론 머리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만으로도 스웨이가 확연히 줄어들고 몸통 회전이 잘된다는 변화가 분명히 생깁니다. 어드레스 때의 척추 각이 임팩트 때까지 잘 유지돼 공의 방향성도 좋아집니다.
하먼은 늘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머릿속에서 기술적인 생각은 지워라, 대신 한 가지 목표만을 생각하라”고 말이죠. 연습장에서는 얼마든지 기술 생각을 해도 좋습니다. 다만 필드에 나가면 테크닉에 대한 생각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가상의 벽’은 나쁜 생각이 머릿속에 똬리를 틀어 몸의 관절과 근육을 제멋대로 흔들어놓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백스윙 톱을 어떻게 만들겠다거나, 테이크어웨이 혹은 그립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등의 샷 설계나 두려움, 주변의 시선 등이 끼어들 틈을 메워버리기 때문이죠. 어쩌면 독감 예방을 위해 미리 백신을 맞아두는 것과 같은 이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골프연습장이 북적거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 보면 ‘우즈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골프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어지는 요즘입니다.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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