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투자 귀재' 정몽진 회장, 자사주 사들인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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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카페▶마켓인사이트 9월27일 오후 2시43분
자녀들과 사흘간 101억원어치
세계 3위 실리콘 업체 인수로
새 성장 동력 확보 자신감
‘투자 귀재’로 불리는 정몽진 KCC 회장(사진)이 자녀들과 함께 최근 자사주 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세계 3위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18~19일 이틀에 걸쳐 KCC 주식 9656주를 매입했다. 20일에도 2144주를 장내 매수하는 등 사흘간 총 1만1800주를 사들였다. 정 회장이 자사주를 산 건 2017년 2월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정 회장의 아들 명선씨와 딸 재림씨도 19~21일 1만7706주를 매수했다. 정 회장과 자녀들이 사들인 주식(2만9506주)은 21일 종가(34만2500원) 기준으로 101억원 규모다.정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실리콘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KCC는 지난 13일 원익그룹, SJL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함께 모멘티브 지분 100%를 약 3조37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KCC는 약 5700억원을 투자해 모멘티브 지분 45%를 확보하면서 단숨에 세계 2위 실리콘 제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KCC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실리콘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선이지만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IB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의료기기, 샴푸와 린스 등 안 들어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실리콘이 적용처를 확대하고 있다”며 “건자재와 도료 사업을 넘보는 KCC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했다.
KCC의 본업은 주춤한 편이다. 올 상반기 기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료와 건자재가 건설 경기 악화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CC 주가도 지난 1월30일 42만3000원까지 올랐다가 7월19일 31만4500원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33만~34만원 선을 오가고 있다.
정 회장은 투자할 때마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 재계에서 ‘투자 귀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 2670억원을 투자해 만도 2대 주주에 오른 후 두 차례에 걸친 매각을 통해 5140억원가량을 벌어들였다. 2011년 말에는 보유 중이던 현대자동차 주식 절반을 팔아 565%의 수익률을 올렸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