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왕따'됐다"… 이란, 유엔안보리에 한껏 고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란 문제를 두고 다른 나라와 이견을 드러낸 데 대해 이란에선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안보리 뒤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은 각국이 국익을 추구하고 국제적 의무를 지키는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방과 계속 협력하겠다.미국의 불법 제재와 불안을 조장하는 초국가적 법을 없애는 노력을 쉬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자리프 장관은 이 트윗에서 미 정부에 대해 '불량(rogue) 행정부'라고 칭하고 "미 행정부는 정상 국가로서 행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량'과 '정상 국가' 모두 미국이 이란을 비판할 때 쓰는 용어다.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뉴욕을 떠나기 전 26일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유엔총회에서 세계 지도자의 압도적 다수가 외교적 성취인 이란 핵합의를 지지했다"며 "이는 곧 미국이 고립됐다는 뜻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란 언론도 유엔안보리에서 국제사회가 미국 대신 이란을 지지했다는 점을 주요 기사로 올렸다.

이란 최대 일간지 이란은 27일자 1면에서 "전 세계가 핵합의와 함께 해 트럼프가 '왕따'가 됐다"고 전했다.이란 일간 에티마드도 미국 영화 제목 '나 홀로 집에'(Home Alone)를 빗대 1면 머리기사 제목을 '탄허다르 허네'(영화 '나 홀로 집에'의 이란어 제목)라고 달았다.

에티마드는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은 닳고 닳은 주장을 반복했지만 다른 참석국은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엡테카르도 1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뒷모습 사진을 싣고 '외톨이, 외톨이, 외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유엔안보리에서 이란을 제재해야 한다는 미국의 압력이 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국가 정상으로는 드물게 유엔안보리를 주재하면서 "이란 정권은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핵미사일 능력을 개발하고 혼란을 조장했다.

모든 안보리 이사국은 그들의 행동을 바꾸고 핵폭탄 보유를 막을 수 있도록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다른 이사국은 반감을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 이슈는 제재와 억제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메이 영국 총리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핵합의"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느 국가이든 이란과 무역할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가 모인 국제회의에서 이란이 지지를 받은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장면이기도 하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의 제재를 피해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 교역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특수목적회사(SPV)가 11월 이전에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은 11월 5일 이란산 원유·석유제품·석유화학 제품 수출을 제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