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금리 더 오르나…1500조원 가계부채 '아슬아슬'

변동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지표 상승세…은행 주담대 4% 중후반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로 금리를 올리면서 국내 대출금리가 한 차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주요지표가 들썩이는 가운데 1천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와 최근 고강도 안정대책이 취해진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의 변동형과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짓는 주요지표가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잔액기준 1.89%로, 2년 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잔액기준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8월 1.59%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12개월 연속 상승했다.

이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대체로 4% 중후반으로 접어든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4.78%, 신한은 4.54%, NH농협은행은 4.51%를 보였다.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며칠 새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2.278%까지 내렸던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는 20일 2.441%로 올랐다.

21일에는 2.416%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2.4%대를 웃돌았다.이 영향 속에 한 시중은행의 27일자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전주보다 0.16%포인트(p) 상승한 3.52∼4.72%를 보였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과 신흥국의 금융위기 불안감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시장금리가 오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부동산 시장 타격도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규제 탓에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늘어나면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꺼리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꾸준히 늘어나는 가계부채에도 부담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이 1천493조1천555억원을 넘겼다.

국민 1인당 진 빚이 2천892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국민 1인당 가계부채는 2004년 3분기 1천만원대를 찍었고 9년 뒤인 2013년 4분기 2천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글로벌 저금리 추세와 함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면서 가계신용이 크게 늘었다.

이미 1인당 빚이 3천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리라는 전망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가 22개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1.75%로 집계됐다.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이 방향이 아닌 속도의 문제로 들어선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마냥 금리 인상을 늦출 수 없으리라는 분석이다.IB들은 한국 기준금리가 2019년 3분기에 2.00%, 2020년 2분기에는 2.2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