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시대의 선봉"… 첨단 정예 육군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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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페스티벌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남북한은 ‘9·19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적대적 행위의 종식을 발표했다. 우리 군도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양적 규모를 강조하던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 첨단 정예군으로 질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드론,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집약한 강군(强軍) 양성이 목표다. ‘2018 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이 같은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軍문화 축제' 제16회 지상군 페스티벌
10월 5~9일 충남 계룡대서 열려
4차 산업혁명 시대, 육군의 진화
공중 이용 입체작전 '드론봇 전투단'
첨단 전투장비 '워리어 플랫폼' 공개
격파시범·장갑차 훈련 등 볼거리 풍성
한경과 함께하는 '1사1병영'
결연기업 초청행사 개막일에 개최
군 문화 최대 행사 개막
대한민국 육군은 다음달 5~9일 육·해·공군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에서 ‘2018 지상군 페스티벌’을 연다. 국내 최대 군 문화 축제로 올해로 16회째다. 육군은 올해 지상군 페스티벌의 구호를 ‘미래로 두드림, 국민과 어울림, 평화를 한아름’으로 정했다. 축구장 44개 크기에 달하는 넓은 행사장에서 33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미래를 선도하는 육군의 비전과 변혁 방향을 소개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연다.올해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접목해 미래 전장을 지배하는 육군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대규모 전시관인 ‘첨단 벤처관’을 구성해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과학화 훈련체계 등 미래 육군의 전투체계를 국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개막일인 5일엔 육군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으로 ‘1사1병영 결연기업 초청 특별행사’를 연다. 1사1병영은 한국경제신문사가 군부대와 기업 간 자매결연을 통한 군 사기 진작과 민·군 유대 강화를 위해 2012년 1월부터 시작했다. 현재 103개 기업과 부대가 자매결연을 맺었다. 특히 지난 7월엔 아부다비의 자예드군사기지 내 아크부대(UAE군사훈련협력단)와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1사1병영 협약을 맺으면서 해외파병부대 최초이자 100번째 1사1병영 결연을 맺었다.육군의 5대 ‘게임 체인저’
가장 주목을 끄는 전시장은 대규모 전시관인 ‘첨단 벤처관’이다. 육군은 드론봇, 워리어 플랫폼, 과학화 훈련체계 등 미래 육군의 전투체계를 국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드론봇 전투체계 존(Zone)’에선 실제 운용되고 있거나 앞으로 전력화되는 초소형 정찰드론, 무인수색 로봇, 사격용 로봇, 구난 로봇 등 최신 군사작전용 드론봇이 전시될 예정이다.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드론봇 전투단 창설을 발표하는 등 육군은 드론봇을 첨단 육군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드론과 로봇이 주축이 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인 드론봇은 유사시 최단 기간 내 승리하기 위한 육군의 핵심 무기체계 중 하나다. 지상은 물론 공중을 이용한 입체 작전이나 실제 전투에 응용될 전망이다.
드론봇은 육군의 작전 및 전투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고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전 전투의 행동 반경을 휴전선 이남에서 동북아로 넓히고, 인적자원의 전투 개념에서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보다 효율적인 작전 전투개념으로 탈바꿈한다는 의미에서다.
드론봇과 함께 육군이 추진 중인 ‘5대 게임 체인저’ 중 하나인 워리어 플랫폼 존도 주목할 만한 전시관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각개병사의 전투피복, 전투장구, 전투장비 등을 최상의 전투력이 발휘되도록 통합한 전투체계를 말한다.현재 군복의 진화는 첨단 과학기술의 수혜를 받으며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선진 강국들은 미래전(戰)을 위해 개인용 전투시스템에서 AI를 활용한 전투체계까지 마련 중이다. 미군은 입는 로봇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록히드마틴사에 맡겨 개발한 ‘헐크(HULC)’는 90㎏짜리 군장을 메고 시속 16㎞로 산악지대를 달리는 성능을 선보였다. 중국 육군 서부 전구의 ‘톈랑(天狼) 돌격대’는 미래의 전쟁에 적합한 개인용 전투시스템 ‘QTS-11’을 전력화했다.
우리 군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위사업청 등이 중심이 돼 ‘과학기술 기반 미래국방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육군은 이미 장병들의 워리어 플랫폼 전력화를 앞당겨 놓고 있다. 이를 위해 장병은 임무와 부대 특성에 따라 구분된 전투피복 10종과 전투장구 10종, 전투장비 13종 등 총 33종으로 구성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다.“평화는 강한 힘에서 나온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 병영 생활을 체험해보고, 특전사 격파시범과 장갑차 기동훈련 등도 관람할 수 있다. 비상활주로에 전시된 전차, 장갑차, 자주포, 헬기 등 각종 무기에 탑승해 내부를 둘러보는 체험은 지상군 페스티벌에서만 즐길 수 있다. 올해는 천무 다연장 로켓포, K9 자주포, 차륜형 장갑차 등 육군의 장비와 패트리엇 발사대, 폭발물처리(EOD) 로봇 등 주한미군 장비도 활주로에 전시된다.
이곳을 둘러보면, 1970년대 이후 자주국방이라는 슬로건 아래 끊임없이 변화해 온 육군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군은 무기와 장비 대부분을 미국의 군사 원조에 의존하거나 해외에서 획득해야 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무기체계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올해 지상군 페스티벌은 역사적인 평양 남북 정상회담과 연이어 치러진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강한 군이야말로 평화의 기초라는 점을 되새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우리 군의 최정예 잠수함 진수식에서 “평화는 우리 스스로 만들고 지켜내야 한다”며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 전략”이라고 말했다.내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북이 종전을 선언하고, 남북에 평화의 기운이 넘친다고 하더라도 동북아 질서 속 한반도는 여전히 긴장에 놓여 있다. 한반도 주변은 온통 ‘스트롱맨’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 새해 벽두에 군복을 입고 군을 독려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겉으론 평화를 외치고 있지만 시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갖가지 최첨단 무기의 성능 테스트를 마쳤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3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헌법 개정을 꺼내들었다. 자위대 규정을 헌법에 명기하겠다는 의미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