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 대통령, 美 방문길서 정말 푸대접 받았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유튜브서 입맛대로 사진 골라 억지 주장
美 정부, 방문 형식에 맞춰 의전 제공…유엔총회 참석 때는 편의 제공만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 정부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최근 회원수가 56만여 명에 이르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미로 본 문재인 대통령의 위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전용기에서 내리는 문 대통령 내외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맞이하는 사진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수단이 도열한 가운데 미 정부 관계자와 나란히 레드카펫 위를 걷는 사진이 게재됐다.

두 사진만 놓고 보면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방미 때와 달리 미 정부로부터 홀대를 당한 것처럼 보인다.실제로 이 게시물에는 '이게 미국이 바라보는 공산 대한민국이다',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처량하다'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이 커뮤니티에는 문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냉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게재한 또 다른 게시물도 올라왔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북한 순안공항에서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고 그렇게 자랑을 해댔으니, 미국 워싱턴 공항에서 유령 입국한 걸 두고 '의전이 뭐 중요하냐' 넘길 수도 없게 됐다"고 적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의 문 대통령 내외 사진은 이번 방미 때가 아닌 작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촬영된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 내외는 조태열 유엔 주재 한국대사와 김기환 뉴욕총영사 내외의 영접을 받았다.이번 방문 때는 조태열 대사와 조윤제 주미대사 등이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이러한 장면은 박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9월 박 전 대통령이 JFK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에도 김기환 뉴욕총영사가 영접을 맡았다.

2016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기수단을 사열하는 사진은 취임 뒤 첫 방미 때인 2013년 5월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촬영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이는 미 정부 의전장이며, 당시 주미대사와 주한미국대사 등도 영접을 나왔다.

문 대통령 역시 2017년 6월 취임 뒤 처음 미국을 방문했을 때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미 기수단이 도열한 가운데 레드카펫을 밟았다.

역시 주미대사와 미 의전장 대리 등이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

외국 정상의 방미 형식은 통상 의전을 기준으로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등으로 구분되는데, 문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은 모두 공식 실무방문 형식이었다.

문 대통령의 지난 5월 워싱턴 방문 역시 공식 실무방문으로 기수단 사열과 함께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대행 등의 영접을 받았다.
미 정부는 외국 정상이 방문하면 국빈·공식·공식실무 방문 등 각 형식에 맞춰 의전을 제공한다.

그러나 유엔총회 때는 세계 각국에서 100여명의 정상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데다, 엄밀히 말해 미 정부의 초청으로 이뤄진 방문이 아닌 만큼 편의 제공을 위한 실무자 파견 외에 별도 영접행사를 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길에서 푸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


/연합뉴스